법관회의, 판사탄핵 찬반 명단 공개 거부

조선일보
  • 조백건 기자
    입력 2018.11.29 03:00

    운영진, 국회 제출 요구 거절… 회의록도 판사 이름 빼고 공개
    일부 판사 "특정 모임 출신이 초유의 판사 탄핵 주도해놓고 논란 커지자 익명에 숨으려는 것"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19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됐다는 판사들에 대한 탄핵 촉구안을 의결했다. 이후 법관대표회의 내부에선 "법관대표회의 운영진이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탄핵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에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최근 판사 탄핵을 회의 안건으로 발의한 판사 명단과 탄핵 찬반입장을 낸 판사들의 명단을 달라고 법관대표회의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법관대표회의 운영진은 28일 탄핵 발의자, 찬반 명단 모두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당일 회의록도 발언을 한 판사의 이름은 빼고 법원 내부 온라인망에 올렸다고 한다. 지난 6월 열린 법관대표회의 회의록을 온라인망에 올릴 때는 판사 실명과 발언 내용을 모두 넣었다.

    법관대표회의 측은 이런 차이를 둔 이유에 대해 "법관 독립 등에 관한 사항을 (대표회의) 판사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회의 절차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맞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 내에선 다른 해석이 나온다. 누가 판사 탄핵을 주도하고 관철시켰는지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법관대표회의 소속 판사는 "법관대표회의 운영진 대부분이 탄핵을 발의하거나 찬성한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을 것"이라며 "특정 모임 출신인 이들이 사상 초유의 판사 탄핵을 밀어붙여 놓고 반발이 일자 익명(匿名) 뒤에 숨으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법관대표회의 운영진 13명 중 최소 7명 이상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우리법연구회 회원이다. 의장인 최기상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부의장인 최한돈 부장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다. 최한돈 부장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 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다시 조사하기 위해 만든 법원 재조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해 '관련자 사법 처리' 등 강경한 주장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사 탄핵 문제를 법관대표회의 안건으로 올리는 과정에도 다수의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관여했다. 지난 13일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들이 낸 탄핵 요구안을 법원 내부 온라인망에 올린 판사, 법관대표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공지한 판사, 미리 판사 탄핵 찬성 명단을 만들어 운영진에 전달한 판사도 모두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법관대표회의 운영진이 탄핵 결의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발의자 명단 등을 숨길 이유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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