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칼럼] 法治 가장한 폭치(暴治)의 시대

조선일보
  • 양상훈 주필
    입력 2018.11.29 03:17

    대법원장은 화염병 피습, 검찰총장은 민노총 피해 뒷문으로 퇴근… 한국 법치의 상징적 장면
    법이 폭력의 수단 되는 것과 폭력의 비호세력 되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

    양상훈 주필
    양상훈 주필

    국가 법치의 두 기둥은 대법원과 검찰이다. 그 두 기둥에 폭력이 덮쳤다. 민사재판에 졌다고 앙심을 품은 사람이 대법원장이 탄 차량에 화염병을 던졌다. 조금만 잘못됐어도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 그 며칠 전에는 민노총 조합원들이 대검찰청 민원실을 불법적으로 점거했다. 불법을 수사하는 국가 최고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불법 집회자들을 피해 뒷문으로 퇴근했다. 대법원장이 맞은 화염병은 폭력이 법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기 시작한 조짐이고, 검찰총장의 뒷문 퇴근은 이미 어떤 폭력은 법 위에 올라섰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세상에 저절로 벌어지는 일은 없다.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의 사례는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계속 벌어진 폭력적 행태의 연장선상에 있다. 촛불 시위 성공은 한국 사회를 법치냐 폭치(暴治)냐의 갈림길로 데려다 놓았다. 그 갈림길에서 현 정권은 분명한 법치의 길을 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법이 정치적 목적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정권에 밉보인 사람들에 대한 수사·조사·망신주기는 법을 가장한 폭력과 같다. 방송사 이사들을 쫓아내기 위해 노조원들이 학교, 교회까지 찾아가 물러나라는 시위를 벌이고 감사원은 법인카드 한 달 몇만원 내역을 문제 삼았다. 이것은 법이 아니다. 경제단체 임원 한 사람을 기어이 먼지 털어 고발했는데 그의 진짜 죄목은 대통령과 다른 말을 한 것이었다. 대통령과 다른 말을 했다고 이렇게 약점을 잡혀 당한다면 법이 아니라 폭력의 수단이다.

    '법원의 날' 행사장에서 주인공인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수행하는 것을 본 한 사람은 "사법부 수장이 행정부 수장의 졸(卒) 같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이 '촛불 정신'을 말하자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 후 법원은 적폐 청산 정치판이 됐다. 지금 법원 사태는 잘나가던 법원행정처 판사들에 대한 일부의 위화감이나 반감이 표출되는 것이라고 한다. 확인되지 않은 '재판 거래'를 근거로 판사 탄핵을 요구하면서 "여론에 부응" 운운하는 것은 결코 법적인 절차나 행동으로 볼 수 없다. 적(敵)에게 가하는 폭력이다. 법원 내에서조차 거칠고, 정치적이고, 폭력적인 행태가 횡행하면 일반 사회가 한 술 더 뜨는 것은 시간문제다. 여기에 '재판 거래'라는 괴담까지 불쏘시개로 던져졌다. 앞으로 법원은 대법원장 화염병 피습보다 더한 폭력적 사태를 당하게 될 수 있다.

    지금 검찰은 전(前) 정권 인사들을 말 그대로 '때려잡고' 있다. 표적 수사, 별건 수사를 예사로 하고 압수 수색은 일상사가 됐다. 누구를 표적으로 뒤지다가 안 되면 다른 건으로 잡고, 또 안 되면 또 다른 건으로 잡으려 한다. 폭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법원 사태는 인사 불만이 폭발하는 것이라면, 검찰은 경찰에 수사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대통령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충성하자는 것이라고 한다. 검찰 수사가 법 집행 아닌 다른 의도로 이뤄지고 있는 사이 진짜 법 집행은 제대로 행해지지 않고 있다. 검찰총장이 민노총 불법 시위자들을 단속하지 않고 그들을 피해 뒷문으로 나간 것은 지금 검찰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안 그래도 폭력적인 민노총이 적폐로 불리는 기업과 기업인에 대해 폭력을 마구 휘두르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최근 민노총 행태를 본 많은 사람의 반응은 "조폭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건설 현장에 민노총 조합원만 쓰라고 강요하면서 공사장 출입을 막는 것은 전형적인 조직 폭력 행태다. 이 민노총이 최근 100만명을 바라볼 정도로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조만간 삼성과 포스코 노조까지 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이 거대 조직이 정권으로부터 '폭력 면허'까지 받은 듯 행동한다. 민노총이 기업 임원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린치를 가해도 경찰은 사실상 보고만 있었다. 경찰은 '우리는 힘이 없다'고 한다지만, 반대로 기업 임원이 노조원 뺨 한 대만 때렸어도 경찰이 득달같이 달려들고 인터넷에서 매도당했을 것이다.

    민노총과 정권은 같은 편이다. 경찰과 검찰이 대통령과 다른 편 사람,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의 약점은 집요하게 찾아 법으로 엮으면서 민노총 조직 폭력에 대해선 비호세력처럼 되는 것은 일맥상통한다. 법이 폭력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과 법이 폭력의 비호세력이 되는 것은 사실 종이 한 장 차이다. 이제 민노총의 표적이 되면 인터넷에서 돌팔매를 맞는 것에서 나아가 신체적 폭력에까지 노출될 수 있다. 기업인만이 아니다. 누가 당할지 모른다. 그래서 법에 호소하려 해도 민노총을 비호하는 검·경과 신주류 판사들이 버티고 있다. 법을 가장해 벌어지는 폭치의 시대다. 폭치는 폭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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