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韓·中·日 기술 전쟁'서 지는 길로 가는 정부

입력 2018.11.29 03:14

中 기업, 고급 인력 확보하고 R&D 역량 키워 韓·日 위협
日 정부도 기업과 긴밀한 협력… 韓國만 기업 '발목' 잡기 바빠

최유식 중국전문기자
최유식 중국전문기자

삼성전자는 2011년 막 설립된 중국 LCD 제조 업체 차이나스타(CSOT) 지분 15%를 인수했다. 당시는 중국 업체들이 10년 시행착오 끝에 겨우 초기 양산(量産) 기술을 확보한 시점으로, 아직 경쟁력을 논할 단계도 아니었다. 삼성의 투자는 다소 엉뚱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삼성의 판단은 달랐다. 시장에 중국산 저가 LCD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 승산(勝算)이 불투명하다고 봤다. 서둘러 국내 LCD 생산 라인을 정리하고, 중국이 넘보지 못하는 OLED로 주력을 전환했다. LCD는 중국에서 값싼 패널을 수입해 보급형 TV와 휴대폰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활용했다. 중국 LCD 업체와 정면으로 맞붙다 몰락의 길을 걸은 일본 샤프와 비교되는 발 빠른 선택이었다.

돌이켜 보면 이때만 해도 우리 기업엔 여유가 있었다. 폐석(廢石)을 버리고 준비해둔 새 기술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삼성도 2~3년 뒤를 낙관하지 못할 만큼 중국 기업의 추격 속도가 빠르고 거세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달려드는 중국 국유 기업보다 밑바닥에서부터 경쟁력을 다져온 화웨이, CATL 같은 민영 기업이 더 무섭다.

세계 통신 장비 1위 업체로 최근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화웨이는 일반 중국 기업과 유전자부터가 다르다. 창업주 런정페이(74) 회장은 1990년대 말부터 4·4·2를 화웨이 인력 구조의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연구 개발과 시장 영업 인력을 40%씩 두고, 행정·생산 조직은 20%로 최소화한 아령형 조직이다. 작년 이 회사 글로벌 연구 개발 인력은 8만명으로 전체 직원(18만명)의 45%였다. 삼성전자(6만5494명)를 크게 앞선다. 연구 개발비도 전체 매출액의 15%에 육박한다.

지난해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배터리 업체가 된 CATL은 1999년 일본 전자 부품 업체 TDK의 홍콩 자회사에서 일하던 쩡위췬(51) 등 엔지니어 3명이 창업한 ATL이 모체이다. 기술을 도용해 쉽게 돈을 번 중국 업체들과 달리 처음부터 미국 벨연구소에서 파우치형 배터리 기술 특허를 사 상업화하는 길을 택했고, 2004년부터 애플에 소형 배터리를 납품해왔다. 쩡위췬은 2011년 자동차용 배터리 부문에 도전하기 위해 CATL을 창업했는데, 그로부터 불과 6년 뒤 이 분야에서 파나소닉을 제쳤다.

화웨이와 CATL은 중국 정부 정책의 덕을 보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글로벌 시장 각축을 통해 실력을 키웠다. 서방 선진 기업보다 값싼 비용으로 고급 인재를 확보해 탄탄한 연구 개발 역량을 구축한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중국 기술 기업들이 전통적인 한·중·일 수직 분업 구조를 흔들면서 3국 간에는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화웨이는 올해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2위로 올라서면서 1위 삼성전자를 사정권에 뒀다. 삼성전자는 일본 NEC와 손잡고 화웨이가 주도해온 5G 통신 장비 분야에서 역공을 펼치고 있다. 각 분야에서 3국 기업 간 합종연횡의 접전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버텨내지 못하면 언제 노키아나 도시바처럼 몰락할지 모르는 살얼음판이다.

정부도 뒷짐을 지고 있을 수 없는 형편이다. 중국은 올해 대대적 감세 정책으로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일본은 올 6월 정부 주도로 도요타, 마쓰시타 등 23개 기업이 참여하는 차세대 전고체(全固體) 배터리 연구 프로젝트를 출범시켜 배터리 분야 우위 회복을 꾀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 발목'을 잡는 방안만 쏟아내는 한국 정부만 거꾸로 지는 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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