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국가의 '원전 세일즈' 체코 국민은 어떻게 볼까

조선일보
입력 2018.11.29 03:18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체코를 방문해 바비시 체코 총리와 회담을 갖고 체코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한국이 딸 수 있도록 협력을 요청했다. 체코는 가동 중인 원전 6기에서 전체 전력의 3분의 1을 공급하고 있는데 추가로 2~3기의 건설을 추진 중이다. 대통령이 직접 원전 세일즈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2009년 UAE 원전 수주 때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원전 세일즈가 어리둥절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뒤인 작년 6월 "원전은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탈핵(脫核) 시대로 가겠다"면서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기존 원전 설계수명 연장 포기, 연장 가동 중인 월성 1호기 폐쇄를 선언했다. 우리는 위험하고 값도 비싸다는 이유로 원전을 포기했으면서 다른 나라에는 우리 원전이 좋은 것이니 사달라고 하는 것을 그 나라 국민에게 뭐라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자식에게는 불량 식품이니 먹지 말라고 하면서 다른 집 아이에게는 그걸 파는 업자를 연상케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체코 원전 세일즈에 대해 "60여 년이 소요되는 탈원전 기간 국내 원전의 기술력과 수주 경쟁력을 유지하자는 것은 탈원전 정책과 상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짓고 있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끝나면 국내에서 원자력 일감은 없어진다. 안정적 일자리가 불투명해지자 대학 원자력공학과에는 신규 지원자가 끊기다시피 했다. 원전 부품 업체들에선 자발적 이직(離職)과 인위적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몇 년 지나면 다음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되돌려 놓으려 해도 우리 독자적으로 원전을 더 이상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탈원전이 비판받자 슬그머니 다른 말을 하는 것으로 탈원전의 본질을 바꿀 수 없다.

원전 산업은 장래 시장 규모가 연 수백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454기가 가동되고 있는데, 56기가 건설 중이고 89기의 건설 계획이 잡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한 나라만 향후 25년간 16기의 원전을 건설하려 하고 있는데 100조원짜리 프로젝트다. 탈원전 선언국은 한국 외에는 독일·스위스·벨기에·대만의 4개국인데, 그중 대만은 며칠 전 국민투표로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다. 이제 한국도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대대적인 원전 세일즈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의 체코 원전 세일즈가 그 시발점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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