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라보는 우리 역시 그림자 아닐까

조선일보
  • 정상혁 기자
    입력 2018.11.28 03:01

    15년째 '먼 그림자' 시리즈
    강경구 화가, 신작 35점 전시

    실체 건너편에 그림자가 진다. 잡을 수 없으므로, 그것은 멀리 있다. "진실이나 정의라는 것이 과연 손아귀에 잡히는 것인가? 우리가 바라보는 우리 역시 실은 그림자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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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아크릴화 작품인‘먼 그림자—아름다운 것들’앞에 선 강경구 화백. /장련성 객원기자
    화가 강경구(66)씨의 개인전 '먼 그림자'가 경기 파주시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내년 1월 13일까지 열린다. 2003년 시작된 '먼 그림자' 시리즈가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당시 인도 여행을 다녀왔다. 현세·내세 분간 없이 사는 이들을 보며 '무엇이 진짜인가' 생각했다." 몽골 여행 이후엔 '먼 그림자―지평선'을 주제로 떠도는 구름까지 존재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왔다. 이번 전시엔 지난해부터 그린 신작 35점을 모았다. "우리나라가 격변으로 요동친 시기 아니었나. 인도와 몽골에서 느낀 먼 그림자가 바로 내 옆에 있었다."

    주제 의식처럼 작품 규모는 거대하고, 무겁게 관객을 압도한다. 대형작 '흐르지 않는 강'에서 검은 옷의 군중은 눈동자 없이 계단 위에 앉거나 서 있다. 그 계단은 멎은 강물처럼 보인다. "흐르지 않는 시간과 강이 있다면 인간은 어쩔 것인가. 그저 멈춰 있을 수밖에 없다."

    동양화에서 출발한 강씨는 그러나 한지 대신 캔버스, 먹 대신 아크릴을 뭉개고 짓이기면서 그림에 새로운 면(面)의 동작을 부여한다. 이 때문에 원색으로 나무를 형상화한 '우러라 우러라' 연작은 산맥 혹은 웅크린 사내처럼 보인다. "한강변 버드나무가 외래 넝쿨에 완벽하게 뒤덮인 풍경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 말 못 하는 나무가 우는 것 같았다."

    무기력과 울음의 감정은 나무 합판 위에 먹으로 그린 가장 최근작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에 이르러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려 한다. 그림 한가운데, 머리통 하나가 갸웃하고 있다. 목재의 옹이가 두상에 질환처럼 퍼져 있으나, 고민의 동작은 오히려 율동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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