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는 지구의 담수 중 30%를 차지한다. 빙하(69.9%)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수자원 중 1위인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연간 지하수 이용량은 40억t으로, 이 중 40%는 생활용수로 사용될 만큼 일상과 밀접하다. 지하수에 포함된 성분 중 수질 기준을 초과하는 대표적인 물질이 바로 영유아 청색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질산성질소'다. 질산성질소는 주로 축산 분뇨나 퇴비, 생활하수 등이 지하수에 유입되며 발생한다. 문제는 정화 설비를 설치·유지하는 데 고가의 비용이 들어 정작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낙후 농·축산 지역에는 정화 설비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들여 질산성질소 오염원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질산성질소 분해 미생물의 증식을 돕는 알약 형태의 정화제를 주입해 지하수를 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기술이 개발된 것은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추진해온 '토양·지하수오염방지기술개발사업(가이아 사업·GAIA Project)' 덕분이다. 가이아 사업은 지하수의 질산성질소 문제 해결 등 179개 과제에 총 1393억원을 투자해 기술 수준 향상, 신기술 개발, 한국형 토양 지하수 오염 방지 기술 통합 관리 기반 구축을 위한 연구 등을 실행했다. 그 결과로 질산성질소 정화 기술과 같이 지하수·먹는 샘물과 관련된 기술이나 화학 사고에 대응하는 기술 등 국민의 안전에 직접 기여하는 기술이 다수 개발됐다.
'간접가열방식 열탈착 시스템'도 가이아 사업의 하나로 개발됐다. 이 기술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토양 오염 복원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휘발유·등유·경유 등으로 발생하는 토양 유류 오염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유류 분해 미생물을 이용하거나, 토양을 물리적으로 세척해야 한다. 그러나 오염이 발생한 지 오래되거나 고농도 유류에 노출된 경우 이런 처리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양 정화 전문기업 에이치플러스에코는 저탄소·고효율 열탈착 기술을 개발했다. 에이치플러스에코가 개발한 '간접가열식' 기술은 오염 토양을 처리하는 처리실을 가열하고, 처리실을 통과하는 오염 토양의 농도를 저감시키는 기술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해당 기술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인정받아 국내는 물론 중동, 아프리카 등 산유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오 고분자 기반 광학 센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신기술이다. 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이 개발한 이 센서는 저렴하게 토양 및 지하수에 포함된 중금속을 측정할 수 있고, 실시간 분석도 가능하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특히 기존의 중금속 센서는 수질 내 다양한 금속이 존재하면 검출이 어려운 단점이 있었지만, 바이오 고분자 센서는 간섭 현상 없이 측정하고자 하는 중금속을 선택적으로 검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에 흩어진 폐광산의 토양 내 중금속 모니터링을 신속히 할 수 있는 '항공 초분광 센서'도 가이아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했다. 아세아항측이 개발한 이 기술은 항공기에 탑재된 초분광 센서(가시광선 영역·근적외선 영역을 세분화해 촬영하는 기술)를 활용해 취득한 분광 데이터를 통해 토양 내 유출된 중금속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폐금속광산, 공장 밀집 지역, 제련소 등 금속으로 인한 토양 오염에 취약한 지역을 광범위하게 모니터링하는 데 제격이다.
가이아 프로젝트는 2017년까지 총 1871억원의 사업화 매출을 기록했고, 이 중 해외 사업화 실적도 133억원에 달한다. 실용화·현장 실증 부문에 투입된 지원액 511억원과 비교하면 366%의 효과를 본 셈이다. 분야 내 특허 출원이 493건, 특허 등록은 288건을 기록했다. 이는 연구비 10억원당 특허 출원 3.55건, 특허 등록 2.06건에 해당한다. 학술지 게재(SCI) 분야에서도 논문 SCI 총 504건을 달성했다.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은 "가이아 사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목표치를 초과하는 우수한 성과를 달성해 종료사업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토양·지하수 자원을 보존할 수 있도록 최적의 기술을 개발하고, 토양·지하수 분야 산업체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