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최악의 스모그가 중국 베이징을 덮쳤다. 26일 오전 베이징에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대기오염 '오렌지색 경보'가 발령됐다. 오렌지색 경보는 대기오염 경보 최고 단계인 적색경보 바로 아래 단계로, 1급(우수)~6급(엄중 오염)으로 나누는 중국 대기질 기준에서 5급(중대한 오염) 수준이 사흘 이상 지속되거나 하루 내내 6급인 상황이 우려될 때 발효된다. 중국환경관측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베이징의 PM 2.5 초미세 먼지의 농도는 300㎍/㎥를 넘겼다. 짙은 스모그로 가시거리가 악화되면서 이날 오전 6시부터 베이징의 9개 고속도로와 시 외곽을 도는 육환(六環)도로가 폐쇄됐다.
중국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미세 먼지 농도도 높이 치솟을 전망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7일 수도권·강원영서·충청권·전북·경북에 미세 먼지(PM10)와 초미세 먼지(PM2.5) 농도가 모두 '나쁨'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이날 예보했다. 다른 권역은 '보통' 수준을 보일 전망이지만 때때로 '나쁨' 수준까지 오를 수 있고, 중부지역을 중심으로는 '매우 나쁨'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도 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같은 미세 먼지 농도가 28일까지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학원 측은 "28일 미세 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남하하며 호남권·영남권·제주권에 '나쁨' 수준의 농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26일과 27일 이틀간 중국 수도권 지역인 베이징·톈진·허베이와 그 주변 지역의 공기질이 최악 수준으로 나빠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동남부인 장쑤성과 안후이성에서도 심각한 스모그가 발생했다. 장쑤성 난징과 안후이 우후에는 이날 오전을 기해 대기오염 경보 최고 단계인 적색경보가 내려졌다. 난징공항에서는 77개 항공편이 지연되고 16편은 취소됐다. 이날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하루 종일 담배연기 속에 갇힌 느낌"이라는 등 스모그에 괴로워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편 중국 서북부 간쑤성에서는 25~26일 황사폭풍이 도시를 덮쳤다. 특히 허시회랑에서는 25일 오후 높이 100m의 거대한 황사·모래 폭풍이 발생, 야외 활동을 하던 학생과 시민들이 교실과 인근 상가 등으로 급히 몸을 피해야 할 정도였다.
중국생태환경부는 26~27일 서북쪽 한랭 고기압이 동쪽으로 끊임없이 이동해 중국 수도권과 주변 지역에 황사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스모그는 우리 대기 환경에도 직격탄이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베이징 주변에서 발생한 스모그가 26일 오후부터 서풍을 타고 우리나라 방향으로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며 "공기 정체의 영향으로 이미 26일 오전부터 전국 곳곳에서 미세 먼지 농도가 '나쁨' 또는 '매우 나쁨'으로 치솟는 사례가 발생해 중국발 스모그까지 넘어오면 더욱 수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내몽골 지역에서 발원한 황사까지 넘어오면 상황이 더욱 나빠진다. 기상청 정관영 예보정책과장은 "26일 오후 4시 현재 우리나라를 두고 내몽골 방향에서 서풍과 남풍이 모두 불고 있어 황사가 분산될 확률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