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현 국제부 차장

엉뚱하지만 이런 상상을 해본다. 남북한 특수부대원이 종합격투기(UFC) 옥타곤 링에서 일대일로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서로 세계 최강급이라고 하니 결과가 궁금하다.

국방 분야를 10년 가까이 취재한 기자로서 우리 군 전투력이 허풍이 아님을 믿는다. 국회 국정감사 때 특전사에서 본 시범은 오랫동안 못 잊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격파 시범 때 벽돌과 대리석판, 병 파편이 날아다녔다. "와!" 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질끈 동여맨 머리띠 아래로 피가 흐르는 요원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적을 때려눕히는 겨루기 시범 땐 그들 몸 자체가 무기(武器)라는 말이 실감 났다. 2010년 아랍에미리트(UAE)가 우리 정부에 특전사 파병을 요청했을 때 "그럴 만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북한도 특수부대 자부심이 상당하다. 몇 년 전 정보기관 관계자가 한 말이다. "북 특수부대 출신은 '남 특수부대는 (우리한테) 게임도 안 된다'고 큰소리치더라." 그 말이 과장일 수 있다. 실제 붙어보지 않고 누가 더 센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북한군은 자신들이 남한군보다 더 잘 싸울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지난해 판문점을 통해 귀순한 오청성은 최근 인터뷰에서 "북한군은 10년, 한국군은 2년 복무한다. 한국군이 더 쉽게 (군 복무)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대포·전차·구축함·전투기 같은 재래식 무기는 우리가 우세라는 평가가 많다. 그렇다고 유사시 우리가 북을 쉽게 이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북 군부는 "미군만 없다면 남한군쯤은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믿는 구석 중 하나가 수만 명에 이르는 특수부대 존재다.

만약 북 특수부대 200명이 서울에 떨어진다면 어떻게 이들을 격퇴할 수 있을까. 서울 외에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 100명씩만 북 특수부대가 침투해 폭파와 테러, 암살을 저지르면 우리 사회는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뭄바이 테러(2008년)와 파리 테러(2015년) 땐 소수 민간 테러리스트가 범행을 저질렀는데도 도시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다. '살인 병기'라는 군 특수부대 공격은 차원이 다를 것이다. 지난 토요일 서울 KT 아현 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로 서울 중·서부 지역에서 통신 대란이 벌어졌다. 몇 년 전 종북 내란 사범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은 남한 교란을 위해 KT 서울 혜화전화국 등을 습격하는 목표를 세웠다. 남한 종북주의자도 생각하는 걸 북 군부도 당연히 겨냥하고 있을 것이다.

북과 화해·협력하거나 통일하는 건 시대적 과제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우리의 군사 대비 태세에 털끝만큼이라도 흐트러짐이 있어선 절대 안 된다. 북이 도발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이 '제로(0)'가 되는 그날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