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정책, 우리도 국민의 뜻을 물어야

조선일보
입력 2018.11.27 03:18

대만이 탈원전 정책을 도입한 지 2년 만에 국민투표로 폐기시켰다. 대만 국민의 결정은 탈원전 추진 과정이 비슷하고 에너지 수급 환경이 닮은 우리가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 양국은 좁은 국토에 인구밀도가 높지만 부존 자원은 적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만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98%, 우리는 95%를 수입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비상시에 유럽처럼 이웃 나라에서 전기를 끌어올 수도 없다. 고립된 '전력 섬' 처지다. 자연환경이 불리해 공급 불안정성이 크고 비싼 데다 원전의 수십 배 부지를 필요로 하는 태양광·풍력으로는 도저히 에너지 안보를 지킬 수 없다. 대만 국민이 탈원전 정책 폐기를 명령한 것은 원전이 최적의 에너지원이라는 현실을 인정한 데 따른 결과로 봐야 한다.

양국이 상업 원전을 처음 가동한 시기도 1978년으로 같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우리는 1958년 원자력법을 제정한 이래 60년간 선진 기술을 배우고 자체 기술을 개발해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 보유국이 됐다. 대만은 지금도 원전을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탈원전으로 우리가 잃을 게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 당장 국내 원전 산업 붕괴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2029년까지 원전 10기를 폐쇄하고, 2023년 신고리 6호기를 끝으로 더 이상 신규 원전을 짓지 않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이러면 10년 내 원자력계에서만 일자리 1만개가 없어지고, 60년간 육성한 원전 산업 인프라도 허물어지게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세계 원자력 산업 현황 2018' 보고서에서 지난해 2503TWh(테라와트시)였던 전 세계 원전 발전량이 2040년 3654TWh로 46% 늘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인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원전 수요 증가 때문이다. 탈원전은 눈앞에 훤히 보이는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로막을 것이다. 국내에선 안전성과 경제성이 떨어져 없앤다면서 어떻게 외국에는 우리 원전을 사라고 얘기할 수 있나. 탈원전이 계속되면 전국 산지를 깎고, 숲을 없애고, 저수지를 뒤덮고, 심지어 10조원을 들여 매립한 새만금 지역에까지 태양광 패널 1000만개 이상을 깔겠다는 것과 같은 어이없는 일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낼 것이다. 5년짜리 정권이 이 결과를 책임질 수 있나.

한국원자력학회가 8월과 1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원전 찬성률이 70% 안팎 나왔다. 정부는 이 조사를 믿기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립적인 기구를 구성해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된다. 국가의 100년 에너지 대계가 5년짜리 정부의 일방통행식 오기에 좌우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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