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활용해 잠재 후원자 발굴… 모금도 이젠 기술력이다

입력 2018.11.27 03:01 | 수정 2018.11.29 13:01

기술 결합 '모금테크' 전략 떠올라

#1. 글로벌 비영리단체 '채리티워터(Charity water)'의 후원자는 받아보고 싶은 뉴스 레터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매년 똑같은 내용의 감사 카드나 연례 보고서를 보내는 여타 단체들과 다른 모습이다. 채리티워터는 세계 물 부족 현황, 식수가 필요한 현장 이야기, 기부금 활용 내역 등 여러 종류의 뉴스 레터를 미리 만들어놓고 매달 후원자에게 그들이 선택한 종류의 뉴스 레터를 골라 전송해준다. 물론 뉴스 레터를 보내는 일은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가 한다.

#2. 미국의 코딩 교육 비영리단체 '코드닷오알지(Code.org)'와 호주의 남성 암환자를 위한 모금 단체인 '모벰버(Movember)'는 캠페인을 론칭할 때마다 테스팅 알고리즘 프로그램으로 캠페인 광고의 효과를 실험해본다. 동일한 캠페인에 대한 다른 광고를 만들어 단체 홈페이지, 페이스북 등 여러 채널에 노출해보고 어떤 광고가 어떤 채널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지 실험하는 것이다. 테스팅 프로그램이 대중의 유입도가 높은 광고와 채널을 자동으로 분석해주기 때문에 힘들이지 않고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모금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자동화·개인화되고 있다. 미국·영국 등 모금 선진국의 비영리단체들은 이미 자동화·개인화 전략을 모금과 결합하기 시작했다. 통계 프로그램을 이용해 단체 홈페이지 접속자와 중도 이탈자, 정기 접속자 수를 분석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식이다. 국내 모금 시장에도 기술과 모금을 결합한 '모금테크(Fundrasing tech)'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금테크는 모금을 도와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통신기술을 총칭하는 말이다.

모금의 자동화·개인화… 노동 효율성 높이고 후원자 유입도 늘려

기술 결합 '모금테크' 전략 떠올라
전문가들은 "국내 모금 시장의 양적 팽창이 정점인 상황에서 기존 오프라인 방식의 모금 전략을 고수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모금테크가 NGO들의 모금 효율성 증대시켜준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김재현 크레비스파트너스 대표는 "회계나 후원자 관리, 마케팅 등을 자동화하면 NGO 내부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등을 대상으로 고객 관리 설루션을 제공하는 소셜벤처인 브릭투웍스의 김민창 이사는 "한 비영리단체에서 언제 후원자 이탈이 많은지, 왜 회원들이 이탈하는지 등을 분석했더니 많은 후원자가 결제 페이지 단계에서 나간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결제 단계를 최소화했더니 다시 후원자 유입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이처럼 자동화된 통계 분석으로 홈페이지 접속자가 줄어든 날짜에 이 단체보다 더 시선을 끈 캠페인은 없었는지, 거리 모금 장소나 콘텐츠는 어땠는지 등을 분석해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모금계에서도 모금테크를 도입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국제 구호 단체 플랜코리아는 아동 결연 시 아동 소개서 및 결과 보고서를 카카오톡, 이메일, 플랜코리아 모바일 앱 등 후원자가 원하는 채널로 전달한다. 이재명 플랜코리아 홍보기획팀 팀장은 "현재 약 2만명의 후원자에게 이 방법으로 콘텐츠를 전달해 발송 비용 절약, 발송 기간 단축은 물론 도달률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결연 아동 생일에 맞춰 축하 편지를 쓸 수 있도록 안내하는 메시지를 예전에는 직원들이 일일이 손수 발송했는데, 이 경우 노동력이 많이 투입될 뿐 아니라 월 단위로 취합해 한꺼번에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자동 시스템으로 바꾼 후부터는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결연 아동 생일에 맞춰 정확히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모금 기술 최신 트렌드와 경험 나누는 행사 국내서 열려

옥스팜코리아는 후원자 개인을 위한 '맞춤 영상'을 만들어 보내준다. 수백 명의 후원자에게 일일이 다른 동영상을 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옥스팜코리아는 기술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소연 옥스팜코리아 후원자 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은 "후원자의 기부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설명하는 영상을 후원자마다 다르게 만들어 보낸다"면서 "이때 영상 합성과 문자 치환 기술을 활용해 각각의 후원자에게 맞춘 영상을 제작하고 자동 발송한다"고 이야기했다. 옥스팜코리아는 개인 영상을 보낸 이후로 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후원자의 감사 메시지나 피드백을 받게 됐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모금테크를 활용해 단체에 관심이 있을 것 같은 잠재 후원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홈페이지에는 인권에 관한 다양한 청원이 업로드돼 있는데, 이 청원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저장해놨다가 관련 주제에 관한 캠페인이 실시될 때 찬성했던 사람들에게 캠페인, 모금 정보 등을 제공한다.

함종민 브릭투웍스 총괄이사는 "플랜코리아, 옥스팜코리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등의 사례는 모금테크로 인해 단체의 메시지가 후원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많은 단체가 여전히 예전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데, 모금의 새로운 전략에 대한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임팩트 투자사 크레비스파트너스는 지난 23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도너스 콜라보레이트 2018'을 열었다. 100여 명의 모금 전문가 및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이 모인 이 행사에서는 모금 기술의 최신 트렌드와 모금테크를 활용한 현장 경험을 나누는 등 모금 생태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함종민 이사는 "해외에서는 비영리 조직을 위한 다양한 모금테크 행사가 10여 년 전부터 있었으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소통의 장이 없었다"면서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체들과 기술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공론장과 실제 시도들"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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