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러문·스누피가 캔버스로 들어왔네

조선일보
  • 정상혁 기자
    입력 2018.11.26 03:00

    이윤성과 '아토마우스' 이동기
    별자리를 日 미소녀로 치환하고 韓美日 만화 캐릭터 뒤섞어

    만화 속 미소녀가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마법 전사로 변신할 때, 그 휘황찬란한 환복(換服)의 순간이 미술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왼쪽부터 이윤성의‘Helios’(그림 상단 일부)와 이동기의‘스누피’.
    왼쪽부터 이윤성의‘Helios’(그림 상단 일부)와 이동기의‘스누피’. /이유진갤러리·피비갤러리
    서양화가 이윤성(33)씨가 서울 청담동 이유진갤러리에서 다음 달 7일까지 선보이는 '황도 12궁도(圖)' 시리즈는 태양과 그 주변의 12개 별자리를 미소녀로 치환해 그린 것이다. 고전 회화를 일본 만화 속 미소녀풍으로 꾸준히 재해석해온 이씨는 "화면의 질감과 반짝임을 보여줄 작품을 구상하다 우주의 '별'을 떠올렸다"면서, "어릴 적 TV에서 보던 '세일러문' 같은 만화 속 미소녀 캐릭터가 변신할 때 투명하게 반짝이는 장면이 오버랩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미소녀 태양계'가 탄생했다. 태양을 위풍당당 금발의 미소녀로 그려낸 193×130㎝짜리 대형작 'Helios'를 앞세워, 열두 별자리 'Zodiac' 시리즈까지 "희열에 찬 만화 속 미소녀"로 탈바꿈했다. 다각형의 캔버스는 마치 만화를 구획하는 '칸(frame)'처럼 보인다. 이씨는 "해당 장면이 등장하는 실제 만화책 속 칸과 같은 모양으로 캔버스를 제작했다"며 "만화를 하위문화라 배척하는 대신 훌륭한 요소를 발견해내는 게 예술가의 시선"이라고 말했다.

    만화가 캔버스로 진입한 경우는 서양화가 이동기(51)씨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우주소년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섞은 '아토마우스'로 유명한 작가답게, 내년 1월 19일까지 열리는 서울 삼청동 피비갤러리 개인전에도 미국 '핑크팬더' 등 만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240×410㎝짜리 대형 신작 '스누피'의 경우, 미국 유명 만화 '피너츠'나 1970년대 길창덕 명랑만화 '신판 보물섬' 등에 등장하는 한·미·일 만화 캐릭터 5개를 섞은 이른바 '절충주의'를 선보인다. 작가가 직접 스크랩해뒀던 전혀 다른 만화 캐릭터들이 파편화된 채 모호하게 뒤섞여 있다. 별 연관 없는 이미지의 결합은 그러나 하나의 복잡한 층위를 이루는 사회·문화적 양상을 화면 위로 드러낸다. 이씨는 "미술 밖의 이미지를 어떻게 미술 안으로 끌고 올 것인가 골몰하고 있다"며 "미술이 만화와 명확히 구별된다는 기존의 규정에 의문을 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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