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근무를 운동권 동아리 활동으로 아나

조선일보
입력 2018.11.26 03:19

김종천 청와대 의전 비서관이 23일 0시를 넘긴 시간 청와대 인근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김 비서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2%였다. 김 비서관은 의전 비서실 회식을 한 뒤 비서관실 관용차에 행정관 2명을 태우고 운전 중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피해를 입은 윤창호씨 사건을 언급하며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라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박상기 법무장관은 청와대 SNS 방송에서 "음주운전은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재판에서도 중형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평소 음주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공직자라도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이처럼 엄단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는 음주운전을 않겠다고 마음을 다져야 정상이다. 더구나 의전 비서관은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보좌하는 참모다. 그런데도 김 비서관은 부서 회식에서 만취 상태가 될 정도로 술을 마신 뒤 버젓이 운전대를 잡았다. 그 차에는 비서관실 행정관이 둘이나 타고 있었다. 의전 비서관실 전체가 음주운전에 거리낌이 없었을 뿐 아니라, 대통령의 특별 지시도 귓등으로 들었다는 얘기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25일 페이스북에 "하얀 눈을 보면서 만주와 대륙을 떠올렸다"며 남북 철도 연결 공동조사 사업이 UN의 제재 면제를 인정받은 감상문을 썼다. 임 실장의 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김 비서관은 임 실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같은 날 민정수석은 페이스북에 자기 업무와 관련도 없는 경제 정책이 비판받는 현실을 언급하며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썼다. 김 비서관의 일탈 행위는 물론이고 이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비서실장, 민정수석이 SNS에서 자기 정치 하기에 바쁘다. 공직의 최전선에 선 청와대 사람들이 자신들이 지금 운동권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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