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각한 부작용에 국민이 중단시킨 대만 탈원전 정책

조선일보
입력 2018.11.26 03:20

대만이 국민투표를 통해 '2025년까지 원전 가동 완전 중단'을 명시한 전기사업법 조항을 투표 참가자 59.5% 찬성으로 폐기하라고 결정했다. 2016년 대선에서 당선된 차이잉원 총통의 공약 중 하나가 '원전 없는 나라'였다. 그 후 2025년까지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법을 통과시키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중은 20%로 늘리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대만의 탈원전 정책이 2년 만에 중단된 것은 국민들이 탈원전의 부작용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2016년 12%이던 원전 비중이 작년 9.3%로 떨어지자 전력예비율 6% 이하인 날이 2015년 33일에서 2016년 68일, 2017년 104일로 급증했다. 작년 8월 LNG 발전소가 일시 정지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828만 가구가 단전 피해를 입는 상황이 벌어졌다. 값비싸고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태양광·풍력만으로는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어렵다는 판단이 결국 탈원전 정책 퇴출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 정부는 대만을 '탈원전 모범국'으로 꼽으며 그 뒤를 따라왔다.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비중을 20%로 늘린다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은 물론 2029년까지 원전 10기 폐쇄, 신규 원전 6기 건설 중단, 7000억원을 들여 보수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 대만과 흡사한 탈원전 정책을 줄줄이 내놨다. 그러면서 탈원전이 마치 세계적인 대세인 것처럼 국민에게 선전해왔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오히려 반대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축소 정책을 펴던 국가들도 원전으로 속속 돌아서고 있다. 최근 영국은 22%인 원전 비중을 2025년까지 30%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전기 공급을 대부분 원전에 의존해온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2025년까지 원전 비중을 75%에서 50%로 낮추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걸었다가 이를 2035년으로 늦췄다. 어느 나라보다 탈원전에 앞장섰던 일본도 원전 재가동과 수명 연장 조치에 이어 최근 미국과 원자력 에너지 연구협력 강화 각서까지 체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8월과 11월 실시된 원자력학회 설문조사에서 국민 70% 안팎이 원전에 찬성했다. 원전이 싸고 안정적이며 에너지 안보를 지키고, 온실가스·미세 먼지 등을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라는 사실을 국민들도 깨닫게 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앞서 28일 체코를 방문해 원전 수주를 위한 세일즈 외교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자국에선 '위험하고 경제성이 없어' 없앤다면서 다른 나라에는 사달라고 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원전 수출을 위해서라도 잘못 끼운 첫 단추를 다시 끼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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