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無, 소화기 1대, 당직자 2명...광케이블, 전화선 이렇게 관리했다

입력 2018.11.25 13:11 | 수정 2018.11.25 15:10

2004년 이후 ‘이틀간 통신장애’는 처음
화재난 곳, ‘스프링클러’ 없고 당직자 2명
KT "소방당국이 막아 복구 지연"

24일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로 서울중구, 마포, 용산 등 서울 도심 일대에서 이틀째 통신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2004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통신 장애가 이틀이나 지속된 경우는 없었다. KT의 화재 대응 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가 KT 건물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뉴시스
◇‘IT 혈관’ 지키는 데 달랑 소화기 1 대
지하 통신구는 정보통신 기술의 모세혈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시설이다. 쉽게 말해 광케이블이 지나가는 통로로, 이 안에는 유, 무선 인터넷 선과 인터넷 전화선, IPTV 선이 들어 있고, 인터넷 선을 통해서는 카드 결제 정보도 오고 간다.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는 전화선 16만8000회선, 광케이블 220조(전선 세트)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그 흔한 스프링클러 대신 소화기만 비치돼 있었다. 관할 구역은 중구, 서대문, 마포, 용산 등으로 각종 지자체 시설 및 금융기관, 기업, 언론사가 밀집된 지역이다.

소방당국은 브리핑에서 "화재가 난 지하 통신구에는 스프링클러가 없다"고 밝혔다. 통신구가 워낙 좁은데다 자동소화 시설이 없어, 불이 완전히 꺼지기가 어렵다.

KT 관계자는 "최근 설치한 IoT(사물인터넷) 화재 감지기가 화재를 빨리 감지하긴 했지만, 통신구에 진입할 수 없어 진압이 늦어졌다"고 했다.

현행 소방법은 전력이나 통신사업용 지하구가 500m 이상인 경우에만 스프링클러 등 연소방지설비와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현지사 지하구는 500m 미만이라 방지설비 설치 의무가 없다.

주말 아현지사 상주 직원도 2명에 불과했다. 스프링클러 같은 자동 연소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즉각 대응이 어려웠던 구조인 것으로 지적된다.

신촌의 한 화장품 매장. 카드결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윤민혁 기자
KT가 통신장비와 회선을 분산하지 않는 점도 논란이다. 한 군데에서 집중 관리하다보니 한 곳의 화재로 서울 일대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 장비의 경우 기술의 발달에 따라 소형화하면서 한곳에서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회선은 분산해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KT 같은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모두 우회 망을 갖추고 있다. 사고가 난 KT 아현 지사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여의도 지사 쪽으로 돌려서 사용하게 돼 있다. 아현 쪽에서 처리해야 하는 정보가 여의도 지사로 몰렸다. 주말이 되면 아무래도 통화량이나 카드 결제 요청도 많을 수밖에 없어 여의도 지사 쪽에 과부하가 걸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이후 통신 장애는 소프트웨어 오류, 하드웨어 불량, 과부하에 따른 사고로 ‘통신구 화재’와는 달랐다. 이 기간 중 통신장애는 23차례, 55시간40분간 지속됐지만, 한 건의 사고가 하루를 넘긴 사례는 없었다.

물론 2000년 이전에는 장기간 ‘통신 장애’ 사고가 발생했다. 1994년 3월 발생한 서울 종로5가 통신구 화재로 통신선로 32만1천회선이 손상돼 전화회선은 물론 방송회선까지 끊겼다. 전화는 화재 발생 4일만에 복구됐다. 같은 해 11월에도 대구 지하통신구에서 불이 나 대구 시내 통신망이 마비됐다. 2000년 2월에는 여의도 전기·통신 공동구에서 불이 나 사흘간 통신장애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통신 장애는 ‘IT의존도’가 20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상황에서 일어나 생활 불편이 더 커졌다. 인터넷, IPTV, 휴대전화를 하나의 패키지로 상품에 가입한 가구가 크게 늘고, 와이파이 환경에서 작동하는 결제기가 대폭 늘어난 탓이다. 기업 내 IT연결성이 매우 커져 주말이 아닌 주중에 사고가 일어났다면, ‘업무 마비’의 폭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터넷 복구율 70%라는데...
24일 오전에 발생한 통신구 화재에 따른 통신 장애는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은평구 일대에서 이틀째 지속되고 있다. 무선전화는 25일 오전 9시 기준 60%가량 복구됐지만, 데이터 통신은 여전히 원활치 않다. 카드결제를 포함한 일반 인터넷 회선은 70%, 기업용 인터넷 회선은 50% 복구된 상태라고 KT는 전했지만, 곳곳에서 ‘인터넷 먹통’을 호소하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복구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KT측은 ‘소방당국의 만류’를 들고 있다. KT 관계자는 25일 ‘복구가 왜 이리 늦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날 화재 진압이 완료되자 오후 11시부터 직원들이 방독면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통신구 진입을 시도했으나 소방당국에서 안전상 문제로 진입을 불허했다"며 "신속한 복구를 위해 케이블을 지하 통신구가 아닌 외부에서 건물 내 장비까지 연결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통 지하 통신구의 크기는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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