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리 어선 한때 나포… 정부 6일간 몰랐다

입력 2018.11.24 03:18

3일 동해 북방 해역서 조업하다 북한군에 나포, 2시간 후 풀려나
해경, 9일 신고 받고서야 알아

동해에서 조업하던 우리 어선이 북한군에 일시 나포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해당 어선이 6일 뒤 신고할 때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해경에 따르면 통발 어선인 S호(84t급)는 지난 2일 오후 3시 10분쯤 경북 울진 후포항을 출항, 3일 정오쯤 울릉도에서 북동쪽으로 약 333㎞ 떨어진 해역에 도착해 홍게 조업을 했다. 이곳은 조업자제해역으로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지만 북한 해역과 인접해 있어 정부가 우리 어선의 피랍 방지와 안전 어업을 위해 정한 수역이다.

북한에 나포됐던 민간 어선
이날 오후 5시 45분쯤 조업하던 S호에 북한군 7~8명이 고무보트를 이용해 무단 승선했다. 통신기를 차단한 채 "누가 여기서 작업하라고 했느냐"며 선장을 제외한 선원 10명을 선실로 격리했다. 또 S호를 2시간가량 항해해 조업자제선을 넘어 북한 수역 쪽으로 8마일(약 15㎞)가량 이동했다. 두 시간쯤 지난 뒤인 오후 7시 50분쯤 북한군 1명이 S호에 추가로 승선해 "남북이 화해 관계이니 돌아가라"는 말을 한 뒤 북한군은 모두 하선했다. S호는 다시 조업자제해역에서 조업을 계속한 뒤 지난 9일 후포항에 도착해 이 같은 사실을 해경에 알렸다. 해경은 이때 S호의 북한 나포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한다.

이 어선은 지난 15일에도 같은 수역에서 조업하다 북한군에게 쫓겨났다. 그날 오후 10시 40분쯤 북한 경비정 한 척이 S호에 접근해 오더니 "나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S호는 즉각 조업을 중단하고 오후 11시 21분쯤 관계 당국에 이를 신고했는데, 이때도 정부는 북한 경비정의 접근을 사전에 몰랐다고 한다. 해경에 따르면 S호는 지난 3일과 15일 모두 조업자제해역을 벗어나지 않았다. 당시 동해에는 우리 해경 소속 경비함정 한 척이 순찰 중이었으나 경비 함정과 나포 어선 간 거리가 약 59㎞ 떨어져 있어 레이더로 탐지가 안 됐다고 한다.

작년 10월에도 우리 어선 '391 흥진호'가 S호가 나포된 해역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북한 경비정에 나포돼 선원 10명(한국인 7명, 베트남인 3명)이 북한 원산에 억류되는 일이 있었다. 이때도 정부는 북한 관영 매체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배와 선원을 돌려보내겠다"고 발표할 때까지 6일간 나포·억류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당시 야당에선 "세월호 사고 때 대통령 7시간 갖고도 난리를 치면서 엿새 동안 우리 국민 생사도 몰랐던 데 대해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하느냐"고 했었다.

해경은 이번 사건 발생 이후 경비 함정 한 척을 전진 배치하고 항공 순찰을 주 3회로 강화했다. 정부는 조업자제해역에서 조업하는 어선은 위성 위치 발신 장치를 장착한 경우에만 입어를 허용하기로 했으며, 북한 당국에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기로 했다.

이번에 북한 경비정이 무단 진입한 곳은 지난 20일 한·일 경비정이 대치했던 해상과도 가깝다. 당시 우리 해경 경비 함정은 일본 어선들에 조업을 중단하고 이동할 것을 요구했고, 인근에 있던 일본 해상 보안청 순시선이 다가와 이에 반발하며 2시간20분 동안 맞섰다고 한다. 지난 15일에는 해당 수역에서 조업 중이던 한·일 어선이 충돌해 조난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일본·북한 선박들이 해당 수역에서 자주 부딪치는 이유는 이곳이 황금 어장이기 때문이다. 대화퇴(大和堆) 어장으로 불리는 이 해역(106만㎢)에선 오징어와 복어·홍게 등 연간 최대 2만5000t의 물고기가 잡힌다고 한다. '퇴'는 다른 곳보다 수심이 얕은 지형을 말한다. 대화퇴 일부는 한·일 양국 중간 수역의 공해에 해당해 양국 어선 모두 조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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