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안방서 쿨쿨 자며 원격 투석관리… 한국선 불법

입력 2018.11.23 03:07

[오늘의 세상] 인터넷 연결된 자동복막투석기로 의사가 세세한 상태 실시간 체크
투석량·속도 바꾸는 등 효율 높여… 30개국 쓰는 시스템, 한국선 'OFF'

일본 도쿄 북구(北區)에 사는 후미코(59)씨는 콩팥 기능이 거의 사라진 만성 신부전(腎不全) 환자다. 올봄부터 신장 투석을 시작했다. 그녀는 피를 뽑아 투석기에 돌리는 '혈액 투석' 대신 복막 투석을 선택했다. 복강 내로 설치된 튜브에 투석액 2L 넣으면 복막이 혈액의 노폐물을 걸러 투석액으로 내보낸다. 이를 몸 밖으로 빼내고, 다시 새 투석액을 넣는 방식이다.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과정을 네 번 정도 반복한다. 요즘은 자동복막투석기를 이용해 밤에 자는 동안 투석을 받는다.

후미코씨가 이 방식을 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혈액 투석을 하면 일주일에 세 번 병·의원 인공신장실을 찾아가 4~5시간 누워 있어야 한다. 그녀는 낮에 일을 하거나 여가 활동을 해야 하기에 밤 수면 중 복막 투석을 택했다. 또 다른 이유는 세세한 투석 상태가 병원의 신장내과 의료진에 의해 실시간으로 원격 관리된다는 점이다.

◇일본은 원격 투석 관리, 한국은 No

환자의 안방에 놓인 자동투석기는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 투석이 끝나면 투석으로 제거된 노폐물 수분의 양, 투석액 주입·배액 속도와 용량이 측정된다. 이 데이터는 인터넷상의 정보공유센터로 전송되고, 환자 고유 계정에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 아울러 환자가 투석기에 체중·혈압·맥박, 때론 혈당·체온 등을 입력해 넣으면 공유센터에 데이터가 모아져 종합적인 투석 관리 상태가 표시된다.

병원의 신장내과 의사는 환자 계정에 접속해 투석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스마트폰으로도 볼 수 있다. 투석이 불충분하거나 투석을 빼먹은 환자 계정에는 경고를 알리는 빨간 깃발 표시가 뜬다. 의사는 투석량이나 주입 속도에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원격으로 환자 집에 있는 자동투석기의 세팅을 바꾸는 처방을 한다.

일본의과대학병원 신장내과 사카이 유키나오 교수는 "원격 모니터링과 처방으로 투석 효율성이 좋아지고, 악화 가능성이 큰 환자를 미리 잡아내 긴급 입원을 줄 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환자가 한 달에 한 번 외래 볼 때 들고 오는 '투석 수첩'을 보고 문제를 파악했다. 불충분한 투석이 뒤늦게 발견되곤 한다. 사카이 교수는 현재 10여명의 만성신부전 환자 복막 투석을 이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이 시스템을 올해 3월부터 도입했다.

◇일본은 원격 권장, 한국은 불법

한국도 유사한 자동투석기가 3월부터 쓰이고 있다. 하지만 원격 모니터링·처방이 허용되지 않아 환자에게 데이터 전송 장치를 뺀 채 투석기를 주고 있다. 데이터 전송이 없기에 정보공유센터의 환자 계정도 무의미하다. 효율적인 투석 관리 장치가 있음에도 일부러 꺼놓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복막 투석 원격 관리는 2015년 미국서 처음 출시되어 캐나다·호주·영국 등 30여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한국만 스위치 오프(off)다. 국내 만성신부전 환자는 2013년 15만여명에서 2017년 20만여명으로 5년 새 34% 늘었다. 혈액·복막 투석 환자가 10만명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만성질환 원격 관리 처방을 지원하고 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있는 환자의 몸 안에 심어 부정맥을 차단하는 삽입형 제세동기(ICD)의 경우 부정맥 발생 패턴을 병원 심장내과에서 원격 심전도 모니터링으로 본다. 위험 상황이 잡히면 신속한 조치로 환자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일본에선 한 해 7000여명의 부정맥 환자가 이 장치 시술을 받고 있다. 이에 2010년부터 건강보험으로 원격 모니터링 의료 수가를 책정해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똑같은 장치를 환자 몸에 넣는데도 원격 모니터링·조정 장치는 꺼놓는다.

호흡 곤란을 겪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가 가정 내에서 산소 투여를 받는 재택산소요법을 하는 경우 일본은 올해 4월부터 원격 관리와 전화 진료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한다. 약 20만명의 환자가 혜택을 보고 있다. 잠자다 반복적으로 숨이 멎는 수면무호흡증환자는 자는 동안 목안으로 공기를 밀어 넣어주는 양압기를 사용한다. 일본은 여기에도 원격 모니터링과 전화 진료를 건강보험으로 적용한다. 수면무호흡증 환자 45만명이 이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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