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디지털 독재로 '中國夢' 이루겠다는 시진핑

조선일보
  •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입력 2018.11.22 03:11

    트럼프·푸틴·아베와 달리 시진핑은 AI 등 과학기술과 思想을 본격 접목해
    유전공학적 존재로 인간을 규정하며 '2049년 세계 1위國'되려는 편집증 드러내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트럼프, 푸틴, 아베…. 온 세계가 분노와 선동·증오의 강권(强權) 정치로 혼란스럽다. 중국의 시진핑도 1인 독재와 중화민족주의 선동이란 측면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두 가지 결정적 차이가 있다. 먼저 '사상', 시진핑 사상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AI(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이라는 과학기술 요소를 사상에 접목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시진핑 중국특색 사회주의'로 공산 중국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49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국가가 돼 세계 보편 가치와 보편 질서를 만들겠다는 '중국몽(夢)'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러시아도 포기한 '마르크스-레닌이즘의 21세기 새로운 발전'이라며,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공산당 당장(黨章)과 국가 헌법에 명기하는 일이 작년과 올해 벌어지고 있다. 시진핑의 이런 대담함의 밑바탕에는 디지털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보다 우월하고, 디지털 일당독재가 민주주의보다 우월하다는 확신이 있다. 그는 '21세기 디지털 공자'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은 현존 국가수반 가운데 과학기술을 국가 비전·전략에 우선적으로 통합한 드문 사례다. "과학기술이 오늘처럼 이렇게 국가의 운명에 깊은 영향을 끼친 적이 없고, 오늘처럼 이렇게 국민의 삶과 행복에 영향을 끼친 적이 없었다. 우리에게 관건 기술은 달라고 할 수도, 살 수도, 구걸할 수도 없는 것이다."(올해 5월 28일·중국과학원 및 중국공정원 원사대회 발언)

    그는 지난달 31일 공산당 최고 수뇌부인 정치국 위원 24명 전원을 모아놓고 미·중 무역 전쟁 이후 중국 경제 상황을 점검한 뒤 곧장 가오원주이 베이징대 교수로부터 'AI의 발전 현황과 추세' 강연을 듣고 토론을 벌였다. 전쟁을 치른 스탈린·히틀러·김일성·처칠·루스벨트나 기술 전략가였던 드골에게서도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시진핑은 이 자리에서 중국의 거대한 데이터와 시장 잠재력을 지렛대로 미국을 능가하는 AI 최선진국 도약을 촉구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일러스트=이철원

    "모바일 인터넷·수퍼컴퓨터·뇌과학의 발전을 배경으로 AI는 딥러닝, 경계를 초월한 융합, 인간·기계 협동 등 새로운 분야의 출현과 발전을 가속화하는 것을 넘어 경제 발전, 사회 진보, 국제정치·경제구조 등 각 방면에 거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 발언을 계기로 9000만 공산당원에게 전파하기 위해 중국 전국 지역 단위별로 관련 스터디 그룹이나 홍보 캠페인이 벌어질 것이다.

    AI와 디지털 경제·디지털 독재가 시장경제 민주주의를 이길 수 있다는 시진핑 사상 완성에는 중국 IT 기업가 마윈과 200년 후 호모사피엔스의 종말을 예측하는 인류생물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교수의 이론이 깔려 있다. 마윈은 3년 전부터 "AI·IoT(사물인터넷)·빅데이터가 만드는 디지털 정보가 시장 정보보다 가격 결정이나 효율성에서 더 우월하며, 앞으로 계획경제가 시장자본주의를 추월할 것"이라고 주장해 오고 있다.

    하라리는 '왜 기술은 독재자 편인가'라는 최근 논문에서 AI 혁명의 가장 무서운 영향은 '민주주의와 독재 체제 간의 상대적 효율의 변화'라고 했다. 20세기 민주주의의 우월은 데이터 가공 시스템 우월 덕분이었는데,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독재국가가 DNA를 포함한 모든 생명, 사회 정보의 정보 집중과 디지털 가공의 효율에서 압도해 민주선거와 자유시장, 종교와 예술까지 무의미하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만능정부 국가의 정보 데이터 독점 방지가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진핑이즘, 디지털 전체주의가 근대의 자유주의처럼 미래 세계에서 보편적 가치와 제도로 승격될 수 있을까. 인간을 생물학적, 유전공학적, 뇌과학적 존재로만 본다면 불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선진국 민주주의의 자멸(自滅)적 현상을 보면 시진핑이즘이 선명해지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생물적·유전공학적 존재만이 아니다. 인간은 연대(連帶)·희생·이타(利他)의 행동과 사랑·자비를 믿는 인격적 존재이기도 하다. 역사는 굴곡이 있어도 '생물' 아닌 '인간'의 분발과 노력으로 진보하고 있다. 디지털 시진핑이즘은 '인간'을 결코 이길 수 없는 '테크노인간 지상주의' '데이터 지상주의'의 편견일 따름이다. 동시에 김일성 주체사상처럼 집권자 이름 뒤에 '사상'을 붙이는 1인 독재와 디지털 중화제국주의를 향한 편집증(偏執症)의 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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