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값에 그림 팔아 부자가 되는 건 반칙” 한 옥상 화가의 보고서

입력 2018.11.23 14:00



그림 속에 너를 숨겨 놓았다
김미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16쪽 | 1만4800원

"옥상에서는 땅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전혀 다른 구도의 풍광이 펼쳐진다."

김미경 작가는 일간지 기자와 편집장을 지낸 커리어우먼이었다. 27년간 월급쟁이로 살아온 그는 2013년,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자 화가의 길을 택했다. ‘딱 일 년 만이라도 그리고 싶은 그림 실컷 그리며 살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생활이 어느덧 5년. 그동안 총 300여 점의 그림을 선보였고, ‘서촌 오후 4시’(2015년), ‘서촌 꽃밭’(2015년), ‘좋아서’(2017년) 등 세 번의 전시회를 열었다. 그리고 두 권의 책을 썼다.

세 번째 책 ‘그림 속에 너를 숨겨놓았다’는 옥상에서, 길거리에서, 온종일 그림 그리며 사는 김 작가가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한마디로 ‘그림 농사꾼의 5년 그림 작황 보고서’다. 전업 화가로서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던 그림 이야기와 2017년 한겨레에 ‘김미경의 그림나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과 그림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무엇으로 그림을 그리는가?’라는 질문에 ‘그리움’ ‘시간’ ‘추억’ ‘꽃과 나무’ ‘자유’ ‘몸’이라는 답을 내놓고 지난 5년간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김 작가는 주로 옥상에서 그림을 그리는데, 처음 옥상의 풍광에 매료된 건 뉴욕에서였다. 옥상에 야외 갤러리를 뒀던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설치 작품들은 하늘과 센트럴파크, 맨해튼 건물과 어울려 닫힌 갤러리에서는 볼 수 없는 황홀한 구도를 만들어냈다. 이후 7년 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처음 동네 옥상에 올라간 날, 인왕산과 그 아래 펼쳐진 기와집과 적산가옥, 현대식 빌라가 어울려 연출해낸 옥상 풍광은 맨해튼보다 훨씬 강렬했다. 그후 그는 옥상 풍경과 깊은 사랑에 빠져 옥상 화가가 됐다

책에는 5년간 그려온 300여 점의 작품 중 대표작 100여 점이 실렸다. 그림값을 아무리 싸게 한다 해도 소수의 사람만이 소장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아쉬웠다는, 그래서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김 작가의 설명이다. 그림을 비싼 값에 팔아 부자가 된다면 반칙이라며, 먹고 살 만큼의 가격을 매겨 팔아먹고 사는, 소박한 화가로 살다 떠나고 싶은 게 김 작가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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