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뒤에 숨지 않을래요"...'장애 인식개선 자격증' 취득한 발달장애인들

입력 2018.11.21 10:11 | 수정 2018.11.21 10:24

"우리(발달장애인)는 필기 시험이 안되고, 말로 (자격증 시험을) 봐야해야해서 힘들었는데 공부하다보니 내가 사람을 만나면서 ‘낯가림이 심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제는 엄마 뒤에 숨지 않을거에요." 특수학교인 가원학교 재학생인 임소미(20)씨는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 자격증을 받아들고 이렇게 말했다.

20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하트하트재단이 주최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성과보고 세미나’. 이날 행사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10, 20대 젊은 발달장애인 100명이 의미있는 자격증을 받았다. 발달장애인 스스로 기업이나 학교에서 ‘인식 개선 강사’로 강연할 수 있는 민간자격증을 발급받는 자리였다.

이날 자격증을 딴 학생들은 짧게는 1년부터 3년까지 강사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아왔다. ‘발달장애인들은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게 통념이지만, 이날 2시간 여 진행된 워크숍 시간에도 단 한명도 이탈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학생이 없었다. 임소미씨는 "(인식개선 전문강사) 교육을 받으면서 예절이나 질서를 지키는 법도 배우게 됐다"며 "앞으로도 ‘강사’로서 비장애인들과 대화도 많이 나누고 그동안 연습했던 바이올린 연주도 보여줘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지난 20일 ‘발달장애 당사자 참여형 장애인식 개선 강사 육성사업’ 성과 보고 세미나에서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자격증 등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전효진 기자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국가기관, 기업, 학교 등은 연 2회 이상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의무적으로 해야한다. 비영리단체 하트하트재단은 지난 2016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서울·경인·충청·전라 등 전국 18개 장애인 복지 기관과 함께 ‘발달장애 당사자 참여형 장애인식 개선강사 육성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국가민간자격지원센터에서 발달 장애인에게 민간 자격증을 발급한다.

하트하트재단 관계자는 "발달 장애인들이 가진 재능을 살려 자립을 돕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일자리와 연계되는 ‘인식개선 교육 강사’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며 "다른 사람의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 속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에 앞장서는 역할을 하는 일원으로 성장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장애인 복지 일자리 정책에 따르면 주 14시간(월 56시간) 근무하면 총 42만2000원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날 자격증을 받은 ‘강사’ 총 100명도 앞으로 인식 개선 강사로서 전국 각지에서 활동을 하고 정당한 ‘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프로그램 효과에 대해 연구한 김미옥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3년 동안 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발달장애인이 ‘사회의 주인공’으로 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자기표현력·협동심 등을 기르는 데에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라며 "향상된 기능이 퇴화되지 않도록 지역 사회 일자리로 연계하는 등 제도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트하트재단은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로 오케스트라를 꾸려 지속적으로 활동해왔다. 재단 관계자는 "오케스트라 등 단체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이 사회 규칙을 따르는 법 등을 자연스럽게 터득했다"고 말했다.

김윤상(24)씨는 "오보에를 배우면서 많은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고, 기회만 되면 외국에 나가 공부하고 싶은 목표도 세우게 됐다"며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고 (발달장애인을) 이상하게 쳐다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승훈(19)군은 "많은 사람들 앞에 나가서 연주하는 게 쉽진 않았지만, 여러 친구들한테 사랑도 받고 부모님에게도 효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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