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인권상' 받은 이석기, "평화 얘기했다가 6년째 수감" 소감

입력 2018.11.20 18:00 | 수정 2018.11.20 18:38

불교인권위, ‘내란선동’ 이석기 전 의원에 ‘인권상’
누나 이경진씨 통해 대리 수상소감 밝혀
수상 이유는 "국회의원 인권회복 위해"
일부 신도 "‘이석기 수상’ 이해할 수 없다" 항의도

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9년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20일 ‘불교인권상’을 받았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산하 불교인권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제24회 불교인권상 시상식을 열고 이 전 의원에게 불교인권상을 수여했다. 이 전 의원의 누나 이경진씨가 대리 수상했다. 시상식에는 불교인권위 관계자와 이 전 의원 지지자, 일반 신도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석기 "먼저 평화를 이야기했다고 6년째 옥에 갇혀 있다"
회색 계열의 줄무늬가 있는 바지 정장과 회색 모자를 쓰고 참석한 누나 이씨는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는 무죄라고 분명히 밝혀졌다. 이 전 의원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한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씨는 이어 이 전 의원이 옥중에서 보내온 수상 소감을 대독(代讀)했다. 이 전 의원은 "이번 ‘불교인권상’은 저 개인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분단에 의해 억압받거나 촛불로 열린 새로운 세상에서도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주는 격려라고 생각한다"며 "먼저 평화를 이야기했다고 6년째 (옥에) 갇혀 있지만, 저의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했다.

이후 ‘이석기 의원 구명위원회’ 회원 5명이 이씨에게 꽃을 전달했다. 이들은 ‘불교인권상 옥중 수상한 이석기 의원님 보고 싶어요!’ ‘이석기 의원님의 올해의 불교인권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라는 글이 써 있는 팻말을 들었다.

이석기 전 의원의 누나 이경진씨가 20일 오후 조계사 관음전에서 열린 제24회 불교인권상 시상식에서 이 전 의원을 대신해 상을 받았다./ 김우영 기자
불교인권위 공동대표 진관·지원 스님과 위원장 정각 스님은 이 전 의원을 수상자로 선정한 것에 대해 "정치인의 정치활동이 특정 정치 세력에 의해 정지당했다. 국회의원의 인권 회복을 위해 제24회 불교인권상을 드린다"라고 했다. 불교인권위는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글’에서 "모든 양심수의 석방을 간절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이 양심수라는 주장이다. 조영건 경남대 명예교수(불교인권위 자문위원)는 격려사에서 "이 전 의원은 무죄다. 내란 음모를 조작하지 않았다"며 "부디 현 정권이 연말을 맞아 이 전 의원 석방을 단행하기를 청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원래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관음전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불교인권위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의 수상에 반대하는 단체가 전날에도 시위를 벌이는 등 논란이 있어 조용히 수상식을 진행하기 위해 행사를 간소화했다"고 말했다.

시상식장인 관음전에서는 신도인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왜 이 전 의원에게 상을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소리치며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한 봉사자는 "조계사와 불교인권위는 관련도 없는데, ‘이석기 수상’ 때문에 항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씩 와서 힘들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2015년 1월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9년 및 자격정지 7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당시 판결문에서 "이석기 등은 비밀 회합에서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해 통신·유류·철도·가스 등 국가 기간 시설을 타격하고 무기를 제조 및 탈취할 것 등을 논의했다"면서 "전시(戰時)가 아니더라도 북한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회합 참석자들에게 내란을 선동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북한 활동을 찬양·고무하고 이적 표현물을 소지하는 등 국보법을 위반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토론을 넘어 내란 실행을 합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조선일보DB
◇독재자 카다피에도 ‘인권상’…대표 진관 스님, 국보법 위반 두 차례 실형
이 전 의원에게 인권상을 준 불교인권위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산하 기구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조계종과 태고종, 선태종 등 29개 종단과 불교계 현안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구성된 사단법인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관계자는 "불교인권위가 산하 기구이긴 하지만 협의회와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전 의원에게 상을 준다는 것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했다. 조계종 관계자도 "수상자 선정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불교인권위가 전체 불교 종단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며, 조계종에 속한 진관 스님이 불교인권위 공동대표이긴 하지만 조계종과 관련 없는 조직"이라고 했다.

1992년 시작한 불교인권상은 주로 진보좌파 인사들에게 수상됐다. 2003년엔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공동 수상했다. 당시 불교인권위는 카다피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외세에 맞서 자유와 평등, 정의라는 대의를 지키기 위해 수행해온 선구자적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며 "그분의 진보적인 휴머니즘 사상에 신뢰와 존경을 표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9년엔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였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3년엔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가 수상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열린 제24회 불교인권상 시상식에서 올해 불교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을 대신해 이 전 의원의 누나 이경진(오른쪽)씨가 대리수상하고 있다. 왼쪽은 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인 진관 스님이다./ 연합뉴스
현재 불교인권위는 진관·지원 스님이 공동대표다. 진관 스님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996년과 1999년 두 차례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그는 2012년엔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관 스님은 지난 8월엔 중국의 북한 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한 류경식당 종업원 12명에 대해 "딸들을 기다리는 부모를 생각해서라도 12명의 노동자들을 북쪽으로 보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그 동안 "집단유인 납치 사건’이라며 류경식당 종업원들의 송환을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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