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에 외투도 못 걸친채… 사망까지 하루 안걸리기도

입력 2018.11.19 03:00

[치매실종 1만명] [上] 헤매다 탈진, 차에 치여… 집서 불과 10m 숲서 사망한 경우도
국내 환자 곧 100만명… 일본선 이미 '치매 실종' 큰 사회 문제

치매 노인 실종 사고가 잇따르는 곳은 꼭 인적 드문 농어촌뿐이 아니었다. 실종에서 사망까지 하루가 채 안 걸린 경우도 많았다. 체력이 약한 고령자들이 외투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은 채 헤매다 탈진한 경우, 외진 도로에서 차에 치인 경우 등이다.

지난달 19일 오후 9시, 부산 기장군에 살던 75세 치매 환자 할아버지가 아내에게 아무 말 없이 잠옷 바람으로 외출한 채 사라졌다. 할아버지는 이튿날 낮, 동네 화단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같은 달 1일 밤에는 경기 부천시 한 도로에서 76세 치매 할아버지가 차에 치여 사망했다. 할아버지가 "운동하고 오겠다"며 집을 나간 시각이 오후 2시, 교통사고가 난 시각은 밤 11시였다. 9시간 헤맨 뒤였다. 지난 9월에는 전남 담양군의 요양원에서 84세 치매 할아버지가 산책하러 나갔다가 길을 잃었다. 그는 이튿날 가까운 계곡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요양원에서 불과 80m 거리였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일러스트=김성규
사망까지 가지 않더라도, 실종 기간이 길어져 본인과 가족이 고생하는 경우, 그 과정에서 실종된 노인이 노숙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회 최도자 의원이 수도권 지자체에 치매 노인 실종 사례를 물어 종합해보니, 2013~2017년 사이 서울·경기 지역 노숙인 보호시설에 들어온 사람 중 치매 환자가 66명에 달했다. 서울이 43명, 경기도가 23명이었다.

치매 환자를 오래 돌본 사회복지사들은 "쪽방이나 고시원 등에 사는 가난한 치매 환자 중에서도 조금만 더 정신이 흐릿해지면 언제 길을 잃고 노숙자가 될지 모르는 분이 꽤 많다"고 했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는 지난해 711만9000명에서 2049년 1799만명으로 앞으로 한 세대 안에 2.5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 치매 환자가 함께 늘어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서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영 교수는 "만 65세 이상이 되면 나이가 5세씩 많아질 때마다 치매에 걸릴 확률은 2배씩 늘어난다"고 했다.

치매 환자 실종 건수 그래프

중앙치매센터는 국내 치매 환자 수가 올해 76만4000여명에서 6년 뒤인 2024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서고, 2060년에는 295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65세 이상 전체 고령자 중 치매 환자 비율도 지난해 10%에서 2060년 17%로 껑충 뛸 전망이다.

이런 식으로 치매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면, 치매 환자 실종도 갈수록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일본이 이미 이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1억2000만 일본인 중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600만명에 달하고, 2025년에는 7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경찰청은 연간 60세 이상 행방불명자가 2013년 2만1275명(전체 행불자 중 25%)에서 2017년 2만5564명(전체 30%)으로 늘었다고 집계했다. 핵심 원인은 결국 질병이고, 그중에서도 치매다. 2013년의 경우 전체 행방불명자 8만3948명 중 치매 때문에 사라진 사람이 1만322명(12%)이었다. 그 숫자가 2017년에는 전체 행방불명자 8만4850명 중 1만5863명(19%)이 됐다.

대부분 경찰과 이웃이 발견해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지만, 해마다 200명 정도는 영영 찾지 못한다. 치매 실종자가 워낙 많다 보니 후쿠오카현 오무타(大牟田)시 같은 곳은 2016년 시민 3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실종 노인 찾기 모의훈련'도 했다.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 실종 문제는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집집마다 고민하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