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발한 한국노총 집회에 참석해 "노조 하기 편안한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노동이사제 등을 실시했다"며 "저는 노동 존중 특별시장이고 노조 조직률이 높을수록 국가 경쟁력이 올라간다"고 했다. 대기업·정규직의 이익을 대변하는 강성 노조의 횡포가 고용·산업 현장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노동 권력' 편을 들겠다고 했다.

노조가 기득권 세력으로 변질되고 권력이 된 세상이다. 노동계 출신들이 정부 요직을 줄줄이 차지하고 주요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민노총은 검찰청사까지 점거 농성하며 물리력으로 자기 목적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서도 양대 노총은 무조건 반대를 외치며 총파업까지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1000만 시정(市政)을 책임진 서울시장이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총력 투쟁'을 외치는 노조 집회에 나가 일방적으로 편을 들며 혼란을 부추기는 데 가세했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줄곧 친(親)노동 일변도 정책을 펴왔다. 지난 정권 시절 250여 곳 공기업이 성과연봉제에 참여했지만 서울시 산하 공기업 5곳만 빠졌다. 시 산하기관 16곳은 노조가 경영에 개입하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했다. 작년 7월엔 투자·출연 기관의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시장이 노조에 영합하면서 일부 산하 기업은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방채 발행도 어려운 수준이 됐다. 결국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달라고 국민에게 손을 벌리는 날이 올 것이다.

정규직 전환 때 임직원 친·인척 잔치판을 벌인 서울교통공사 '고용 세습' 문제도 박 시장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내부 문제 제기가 적지 않았지만 시장이 민노총 소속 노조의 편을 들며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사회에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다 사퇴한 서울교통공사 전직 사외이사는 "박 시장에게 고용 세습 의혹을 따졌지만 영혼 없는 답변만 들었다"고 했다. 청년들을 좌절시키는 고용 세습 의혹에 대해 박 시장은 "을과 을의 싸움을 조장하지 말라"며 노조와 판박이 주장만 하고 있다. 안 그래도 '노조 세상'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노조 하기 편한 서울'을 만들겠다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시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