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두문불출 이재명, 부글거리는 親文 지지층

입력 2018.11.18 17:00 | 수정 2018.11.18 17:30

문재인 대통령 등을 비방해 논란이 돼온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08hk_kim)’의 소유자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는 경찰 수사 결과가 17일 알려진 뒤, 이 지사 부부는 18일까지 이틀째 집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두문불출하고 있다.

이 지사는 다만 인터넷상에서 계속해서 경찰을 비판하고, 아내의 혐의를 부인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우선 ‘08_hkkim이 김혜경이라는 스모킹건? 허접합니다’라는 장문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며 경찰의 수사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지사는 특히 "아내는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한 남편 대신 진심을 다해 김정숙 여사를 도왔고, 우리 부부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지금도 우리 부부는 문재인 정부 성공이 국가발전과 이재명 성공의 길이라 굳게 믿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썼다.


이재명 경기지사. /조선DB
이밖에도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사슴을 말이라고 잠시 속일 수 있어도 사슴은 그저 사슴일 뿐’, ‘집안에 훔친 물건 몇개 던져놓으면 아무나 도둑 만들 수 있다’ 등의 글을 올리기도 하고, 이 사안과 관련해 경찰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사람들의 글을 인용(리트윗)하기도 했다. 트위터 이용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론조사 양식의 글을 만들어 ‘김혜경 주장에 공감’, ‘경찰 주장에 공감’ 항목으로 투표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 활동 이외에는, 경찰 발표 이후 이 지사는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다. 언론의 접촉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김혜경씨를 19일 검찰에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인 가운데, 이 지사 부부가 향후 검찰 수사 등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가다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건을 바라보는 정치권도 술렁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서는 일제히 이 지사의 공식 사과와 지사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지사가 적(籍)을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옹호도, 비판도 하지 않은 채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공식적인 논평은 내지 않고 대변인 발(發)로 "검찰의 기소 여부와 법원의 판단을 봐야 한다"고만 한 것이다. 이해찬 대표도 이 지사와 관련된 질문에 말을 아꼈다.

이는 당 주류를 점하는 친문(親文) 지지층들의 이 지사에 대한 ‘비토’ 기류가 상당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 때부터 지난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친문 그룹과 극도의 대립구도를 보여왔다. 당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주자로 꼽혔던 이 지사가 ‘혜경궁 김씨’ 사건을 계기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맞은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2016년 12월 31일 @08_hkkim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게시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실제 일부 문재인 대통령 지지성향 네티즌들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 이 지사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문 대통령 팬클럽 중 한 곳인 ‘문팬’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입장을 내고 "사법적 결과를 떠나 진정한 사과와 정치적·도의적으로 책임지는 자세를 이 지사에게 요구한다"며 "대통령께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지사는) 민주당을 탈당하라. 민주당은 이 지사가 탈당하지 않으면 신속하게 출당 조치를 하라"고 했다.

이 지사 트위터에는 "당신 부부의 가증스러운 위선에 치가 떨린다", "당에 부담주지 말고 일단 탈당하라", "대통령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말라" 등의 비판 댓글이 수백개 달렸다. 이 지사가 문제 계정이 김혜경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해줄 증거를 제보해달라는 글을 올리자 이들은 "이런 선동 말고 아내 전화번호와 메일계정을 트위터 본사에 보내서 소명하라", "(사용하던) 전화기를 경찰에 줘서 디지털포렌식을 해달라고 하라" 등의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문제 계정이 과거 문 대통령에 대해 비난한 글을 캡처해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지사 지지자들은 "경찰이 아주 악질이다", "경찰이 이 지사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며 이 지사를 옹호했다.

친문 지지층들이 부글부글 끓는 가운데, 경기도 용인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용자가 김혜경씨라면 이재명 지사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경찰 수사 결과 기소의견 송치할 만한 정황증거들이 모아졌지만 이 지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법정에서 밝혀질 때 까지 기다리는게 옳다 생각한다"고 했다. 평소 이 지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은 대부분 침묵을 지켰다.

친문 지지층에서는 지난 대통령 경선 당시 문 대통령의 라이벌이었던 이 지사에 대해 계속해서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고 있다. 일부 친문 지지층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 지사가 아닌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일부 친문 지지층은 또 이 지사에게 계속해서 탈당을 촉구해왔다. 이에 이 지사는 지난 12일 트위터를 통해 "죽으나 사나 저는 민주당원이고, 문재인 정부 성공이 대한민국에 유익하기 때문에 제가 탈당하는 일도, 문재인 정부에 누되는 일도 하지 않는다"며 "그게 분열을 노린 자들이 원하는 일인데 거기에 부화뇌동할 정도로 제가 바보는 아니다"며 강하게 반박한 바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방해온 트위터 계정의 소유자로 김혜경씨가 지목된 만큼, 이 지사에 대한 친문 지지층의 압박 강도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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