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비행기가 왜 안 뜨죠?" 외국인이 본 한국의 수능

입력 2018.11.15 13:48 | 수정 2018.11.15 14:12

한국의 수능, 군사훈련·비행기 이륙 멈추는 날
유학생들 "한국은 이상한 나라"
가오카오(高考)보는 중국 "우리는 더 심해"

"수능 시험일이라고 비행기가 착륙하지 않고 공항 주변을 맴도는 건 과도하다" (르완다 출신 교환학생)
"이런 방식의 시험으로 학생을 선별하면 결과물이 좋을지 궁금하네요" (덴마크 출신 유학생)
"우리도 비슷해요. 별로 이상하지 않은데요?"(중국 유학생)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열린 15일, 대한민국의 시계는 일시적으로 멈춘다. 직장인 출근시간, 증권·은행 개장시간이 한 시간씩 늦춰진다. 군사훈련, 비행기 이·착륙도 멈춘다. 외국인들은 이런 ‘수능’ 풍경이 기이하다고 한다. 물론 우리처럼 입시경쟁이 치열한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 국가 출신은 ‘그래도 이해는 간다’는 식이다.

◇군사훈련까지 중지...온 나라가 나서는 ‘수능일 정숙’
경찰청은 이날 수험생들의 수송을 위해 교통경찰을 포함해 지구대·기동대 등 경력 1만2464명을 투입했다. 순찰차 2224대, 경찰 오토바이 457대, 관용 차량 601대 등의 장비도 활용했다.

수험생이 헌병 수험생수송지원 오토바이를 타고 고사장에 도착하고 있다. /조선DB
정부가 수능시험의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수능일은 주무부처인 교육부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장관이 머리를 맞댄다. 최근 정부는 각 정부 부처와 협의해 ‘2019학년도 수능 시행 원활화 대책’까지 발표했다.

서울시는 수능 당일에 지하철과 버스, 택시를 증차하고 비상수송 차량 790대를 투입했다. 지하철 집중 배차시간을 기존 대비 두 시간 늘려 28회 추가 운행한다. 고장·지연 가능성에 대비해 16편의 예비열차도 마련했다. 이밖에 민·관용 차량과 오토바이 790대를 확보해 고사장 인근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소 등에 배치했다.

사(私)기업, 한국증권거래소, 전국은행연합회도 수험생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나섰다. 기업체는 출근시간을 오전 10시 이후로 조정하고, 은행·증권 거래시장 개장도 한 시간씩 뒤로 밀린다.

시험장 근처 군부대는 수능일 오전 6시부터 8시 10분까지 장비·병력 등 군부대 이동을 자제해야 한다. 시험장 주변 200m내에는 대중교통을 제외한 차량 진·출입이 통제된다.

수능 3교시 영어영역 듣기평가 시간에 이륙하지 못한 비행기들이 인천공항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 상공에 있는 비행기는 착륙을 하지 못해 공항 주변을 맴돌고 있다. /플라이트레이더24닷컴 캡처
정부는 시험장 주변 소음 방지를 위해서도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3교시 영어영역 듣기평가가 실시되는 오후 1시10분부터 1시35분까지 25분간을 소음통제시간으로 정했다. 이 시간에는 군부대의 포 사격과 전차이동 등 군사훈련이 금지된다.

또 항공기와 헬리콥터 등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된다. 이·착륙시 들리는 소음이 시험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 듣기평가 당일 비행상황을 보면 대부분 인천공항에 모여있거나 착륙하지 못하고 지상 3km 상공에서 공항 주변을 맴도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 "학생 개인 일인데 왜 나라가 나서죠?" 유학생들은 갸웃
외국인들은 이런 한국의 모습이 낯설다. 온 나라가 나서 대입시험을 배려하는 것이 이해 안 된다는 것이다.

덴마크 출신 유학생 마이크 멀러리(23)씨는"이런 방식의 시험으로 학생을 선별하면 결과물이 좋을지 궁금하다"고 했고, 르완다 국적의 교환학생 르완다 출신의 교환학생 니사비마나(22)씨는 "비행기가 착륙하지 않고 공항 주변을 맴도는 건 과도하다"고 말했다. 미국 출신 연세대 교환학생인 네이트 블랙(27)씨도 "다만 학생들 뿐만 아니라 부모, 가족 심지어 국가 전체가 수험생을 위해 신경 쓰고 배려한다는 게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와 비슷한 대입시험을 치르는 일본 유학생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일본 도시샤(同志社)대 재학생 하라 시오네(22)씨 얘기다. "학생들에게 중요한 날이라고 이해는 합니다만, 사회적으로 이렇게까지 하는 게 학생들에게 더 부담이 될 것 같아요. 수능 보는 학생이 스스로 해결하면 되는 일을, 왜 굳이 사회 전체가 나서서 하는 건지 이해가 안됩니다."

다만 중국 유학생들은 "우리도 비슷하다. 별로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은 매년 6월 이틀에 걸쳐 ‘가오카오(高考)’라는 대입시험을 치른다. 매년 900만 명 이상이 응시한다. 이날만큼은 중국도 수험생을 위해 교통통제를 하고 택시도 배치한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중국에서는 현 거주지와 무관하게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호구(戶口)에 따른 장소에서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 때문에 가오카오 전날 고사장 숙박시설 요금이 일제히 치솟는 현상이 빚어진다.

중국 출신 유학생 리잉화(24)씨는 "입시날 요란법석을 떠는 것은 한국보다 중국이 더 심하다"며 "중국에서는 혹시나 학생들이 아플까 봐 의사와 간호사도 각 고사장마다 배치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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