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수사’ 막으려 아들 납치 감행···체코 바비스 총리 불신임 위기

입력 2018.11.14 13:34

EU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체코의 안드레이 바비스(64) 총리가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자기 아들을 납치했다는 스캔들에 휘말렸다고 13일(현지 시각) BBC 등이 전했다. 바비스 총리의 아들은 체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내가 횡령 사실을 검찰에 증언하지 못하도록 납치를 사주했다"고 밝혔다. 이에 체코 야당들은 바비스 총리 연정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BBC 등에 따르면 체코 총리 안드레이 바비스가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자기 아들을 납치했다는 스캔들에 휘말렸다. / CNN
12일 체코 언론 ‘세즈남 지프라비’에 따르면, 횡령 혐의로 기소된 안드레이 바비스 총리는 검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공범이자 중요 참고인인 자신의 아들 안드레이 바비스 주니어(35·이하 바비스 주니어)를 크림반도로 납치했다. 당시 바비스 주니어는 이미 검찰 수사를 피해 스위스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었다. 체코 검찰의 수사망이 스위스까지 좁혀오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크림반도에서) 휴가를 연장하든지,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하든지 선택하라"고 강요했다. 이혼한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아들이 두 선택지 모두를 거부하자 아버지는 납치를 감행했다. 바비스 주니어는 "러시아인 두 명이 나를 납치하고 감금했다"며 "납치범 중 한명이 아버지의 측근이었다"고 밝혔다.

재벌기업 회장 출신인 안드레이 바비스 총리가 횡령 혐의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바비스 총리는 자신이 과거 소유했던 회사 ‘카피 힌즈도’를 통해 EU 보조금 200만유로를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앞서 1월에는 체코 의회의 신임투표에서 내각구성안이 부결돼 총리직을 잃을 뻔했지만, 정치적 동반자인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이 6월 내각을 재신임해 간신히 자리를 지켰다.

바비스 총리는 카피 힌즈도의 소유권을 EU 보조금을 수령하기 전인 2007년에 다른 이에게 양도했다고 주장하며 횡령 의혹을 부정해왔다. 나중에 회사의 소유권이 바비스 총리의 아들과 친족 명의로 되어있다는 것이 밝혀지며, 바비스 주니어는 검찰 수사의 ‘키맨’으로 떠올랐다. 바비스 주니어는 "내가 카피 힌즈도에 연관되어있는 것은 맞지만,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알지도 못하는 서류에 사인을 했던 것 뿐이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출장 중인 안드레이 바비스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완전히 조작된 대본 쪼가리"라고 쓰며 납치 스캔들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바비스 총리는 "아들은 정신병을 앓고 있다"며 "아들이 체코를 떠난 것도 납치가 아닌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썼다. 바비스 총리는 또한 "아들 납치 의혹은 이미 경찰 수사에서 기각처분돼 끝난 문제"라고 했지만, 체코 대검찰청은 아들인 바비스 주니어에 대한 조사를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리 포스피실 체코 TOP당 대표는 "총리의 변명이 신빙성이 없다"며 "건국 이후 최악의 스캔들"이라고 비판했다. 체코 야당은 바비스 내각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바비스 총리의 긍정당(ANO)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사회민주당은 "총리의 해명을 들은 뒤, 연정 해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리 페헤 뉴욕대 프라하 캠퍼스 교수는 "바비스가 만약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는다해도, 국민의 신뢰는 추락할 것"이라며 "체코 국민들이 아들이 하는 말은 믿지 않는다고 해도 체코 총리가족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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