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팬 5만여명 도쿄돔서 "BTS! BTS!"… 反韓시위는 단 2명

입력 2018.11.14 03:01 | 수정 2018.11.14 13:59

日매체 '방탄 때리기'에도… 팬들은 공연 전부터 인증샷 남기고, 한국어로 노래 떼창

‘지민’ 앞에서 찰칵 - 13일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일본 콘서트가 열린 도쿄돔을 찾은 여성 팬들이 BTS 멤버 지민의 대형 사진이 있는 기둥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민’ 앞에서 찰칵 - 13일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일본 콘서트가 열린 도쿄돔을 찾은 여성 팬들이 BTS 멤버 지민의 대형 사진이 있는 기둥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은경 특파원

13일 낮 12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앞두고 일본 도쿄돔 기념품 매장 앞에선 연신 '앓는 소리'가 이어졌다.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ARMY)'가 도쿄돔 내부에 걸린 멤버 지민의 단독 사진을 보고 내는 소리였다. 지민은 최근 일본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멤버다. 지난 해 핵폭탄 투하를 연상케 하는 사진과 만세를 외치는 한국인들의 사진, 그리고 '애국심' 등의 단어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었다는 게 이유다. 지난주 지상파 방송국 TV아사히가 이 티셔츠 착용을 문제 삼아 자사 음악 방송 프로그램 출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하자, 일본의 많은 매체는 연일 '방탄소년단의 원폭 티셔츠 논란'이라는 보도를 쏟아내며 '방탄 때리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도쿄돔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지민의 대형 사진과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팬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지민아 노래해줘서 고마워'라는 플래카드를 든 팬의 기념촬영이 끝나자,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한 팬이 지민을 향해 하트를 날리는 포즈를 취했다. 도쿄에 산다는 한 10대 고등학생은 자신과 지민이 같이 나온 사진을 확인한 후 "앞으로도 계속 방탄소년단이랑 지민이를 응원할 거예요"라고 말한 뒤,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도 덧붙였다.

방탄소년단의 도쿄돔 공연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돼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는 100만원이 넘는 고액 암표 매물이 나왔다. 공연 시작은 오후 6시였으나 오전 8시 반부터 방탄소년단 콘서트 기념품 판매 부스에 이미 수백 명의 팬이 몰려들었다. 낮 12시쯤이 되자 수천 명이 도쿄돔을 둘러싸듯 긴 줄을 만들었다. 팬들은 "그나마 지난달 기념품 구입권을 추첨으로 뽑아 이 정도 줄에서 그쳤다"고 했다. 팬이 너무 몰리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주최 측이 지난달 추첨을 통해 팬 일부에게만 기념품을 살 수 있게 번호표를 줬다고 한다. 일본 인기 아이돌 콘서트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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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일본 콘서트가 열린 도쿄돔 공연장 앞에 공연을 보러 온 팬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날 콘서트는 오후 6시부터 시작됐지만 일본 팬들은 오전부터 공연장으로 몰려들었다. /연합뉴스

추첨에서 떨어져 기념품을 사지 못했다는 한 팬(21)은 "멤버 얼굴이 그려진 부채에는 벌써 웃돈이 붙어 소셜미디어에서 팔리고 있다"고 했다. 최근 방탄소년단이 논란의 중심이 선 것에 대해 묻자 "일본 팬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서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다만 오늘 콘서트장에서 지민이가 솔직하게 자기 입장을 밝혀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정도"라고 했다.

학교를 하루 쉬고 콘서트에 왔다는 또 다른 팬(19)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방탄소년단이 역사에 대해서 발언한 건 이전에도 몇 번이나 있었다"며 "팬들은 이미 다 알던 일이라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이런 열성팬 5만여명이 때론 한국말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때론 떠나갈 듯 함성을 내지르는 가운데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월드투어' 일본 도쿄돔 공연은 마무리됐다. 지민은 콘서트를 마무리하며 "여러 상황으로 팬과 많은 분께 걱정을 끼쳤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도 (일본 팬분들과) 만날 기회가 많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며 '셔츠 논란'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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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혐한보다 강했다 - 13일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일본 콘서트가 열린 도쿄돔이 팬들로 가득 차 있다. 일본 방송사들은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핵폭탄 투하를 연상케 하는 사진이 있는 티셔츠를 입은 것을 문제 삼아 최근 출연을 줄줄이 취소했다. 그러나 이날 콘서트장에는 5만여 명의 일본 팬이 몰려들었다. 콘서트장 주변에는 방탄소년단 비판 분위기가 없었다. /방탄소년단 트위터

14일 열릴 2차 도쿄돔 콘서트와 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 돔 콘서트도 모두 매진 상태다. 모두 3만~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콘서트장이다. 방탄소년단이 지난주 발매한 싱글 '페이크 러브/에어플레인 파트2'는 이날까지 45만 장이 넘게 팔렸다.

이날 도쿄돔에서 방탄소년단에 열광한 팬들은 5만 명이 넘었지만 방탄소년단을 규탄하겠다고 거리에 나선 일본인은 2명에 불과했다. 도쿄돔 밖에서 우익 인사 2명은 '일본새벽회(日本曉の会)' '양이(攘夷·외적을 물리치다)'라고 적힌 깃발을 세워둔 채 마이크를 들고 "방탄소년단의 지민이라는 녀석이 '원폭 만세' 티셔츠를 입은 것을 용서할 수 없다. 일본이 싫다면 일본에 돈을 벌러 오지 말라"며 "그렇게 방탄소년단이 좋으면 (팬들은) 조선반도로 가라"고 소리쳤다. 어린 학생들은 "웃긴다" "싫어요" 같은 장난투 대답을 했지만, 발길을 멈추고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노인이나 직장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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