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기원 ③소수정예 칼텍과 손잡다

입력 2018.11.13 08:17 | 수정 2018.11.13 13:35

광주과힉기술원 도서관이 불을 밝히고 있다. 지스트 제공

학생·교수 교류 길 터
기초와 인문소양 강조
학사과정 차별화전략
권경안 기자

지스트는 일반적인 대학과는 다르게 출발했다. 대학이 아닌 대학원과정이 먼저 생겼다. 그렇게 해서 연구중심 대학원대학으로 15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개원 당시 ‘선대학원개설, 후학부개설’로 정부정책이 정리되었지만, 이후 학부개설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여러 사정과 이유로 미뤄졌다.

김효근 2대원장때부터 학사과정을 위한 주춧돌을 세웠다. 나정웅 3대원장은 설립추진단장 시절에 끝내 이루지 못했던 학사과정을 설립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 우수한 대학원생 확보가 갈수록 중요해졌다. 학사과정을 만들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고 그들을 박사까지 일관되게 가르칠 필요가 있었었다. 지역에서 운동도 일어났다. 지스트 학사과정 개설을 위한 범시·도민 추진위원회가 태동했다. 추진위원만 202명에 달했다. 1만여명의 주민들은 서명에 동참했다.

2004년 학사과정 개설을 위한 광주과학기술원법 개정안은 부처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통과되지 못하고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노력은 계속 되었다. 지난 2007년 12월 교육부에서 학부설립심의위원회가 열렸다. 문승현 원장직무대행 시기였다. 공방끝에 서류보완을 조건으로 가결되었다. 이듬해 법사위에 이어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지스트는 후발주자입니다. 서울대나 카이스트 등 이미 자리를 잡은 대학을 그대로 모방하면 결코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차별화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서울대 총장을 역임한 선우중호 제5대 총장(원장에서 총장으로 명칭변경)은 대학교육을 완전히 바꾸고 싶었다. 이공계 인재들을 어떻게 제대로 교육할 것인가. 선우 총장은 미국 대학시절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던 칼텍(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에 주목했다. “칼텍을 한번 찾아가세요.” 그러면서, 학사과정 개설 책임을 이관행 교수(초대 학장)에게 맡겼다. 2008년 12월, 칼텍과의 접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첫 관문은 태기융 교수(신소재공학과)가 열었다. 칼텍에서 박사학위를 한 태 교수는 지도교수를 통해 접촉에 나섰다. 이 교수와 태 교수가 2009년 2월 스티브 메이오 칼텍 교학처장을 만났다. 모든 강의 영어진행, 연구실적과 학부규모, 정부지원 등을 꼼꼼히 살핀 그는 “지스트는 칼텍과 맞다”며 긍정했다. 무엇보다 학부를 새로 시작하고, 소수정예교육을 추구한다는 점이 어필되었다. 이듬해 다시 칼텍을 찾아갔다. 이때 교수와 학생의 동시교류가 바람직하다고 서로 동의했다.

2011년 2월 먼저 학생교류협력을 체결했다. 여름학기 연구프로그램이었다. 여름학기 학생이 희망하는 대학원과 대학연구실에서 10주 동안 지도교수의 가르침을 받으며 연구를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당시 칼텍은 아이슬란드대학과 유일하게 학생교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칼텍이 아이슬란드 화산 관련 연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칼텍은 교류협력키로 협약한 전 세계 대학이 10여 개에 불과했다. 연구나 교육에서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교류협력협정을 맺었다. 2012년 3년여 공을 들인 덕에 학생교류와 공동연구 등 포괄적인 교류협력에 사인을 했다. 이에 따라 이듬해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지스트와 칼텍 교수들이 1:1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지스트 교수들이 헌신적으로 접촉한 결과였다. 이관행 초대학장, 노도영 2대학장, 태기융 교수, 정성호 기초교육학부장, 각 전공별 책임교수였던 장재형·문승현·고도경·박철승 교수, 함인석 팀장 등이 뛰었다.

칼텍은 교육이념을 비롯해 여러 측면에서 지스트와 맞아 떨어졌다. 칼텍은 1891년 설립된 전통과 실력을 자부하는 대학이다. 이 대학은 작은 지역대학이자 과학기술대학으로, 기초과학을 세계에서 가장 잘 가르치고 연구하는 대학으로 명성이 높았다. 이와 같은 위상을 세우는 데 40~50년이 걸렸다. 미국 최초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밀리컨 총장이 25년간 총장으로 재임했다. 그는 “칼텍을 기초과학을 최고로 잘 가리치는 대학으로 만들겠다”며 칼텍을 이끌었다.

칼텍은 소수 정예교육을 지향했다. 학생정원도 900명으로 지스트 대학의 800명과 비슷했다. 대학원생까지 합한 전체 학생수도 2300명으로 지스트의 2100명과 비슷했다. 그 무엇보다 칼텍은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최고의 대학으로 평가받았다. 2012년까지 31명이 배출되었다. 효율적인 교육·연구프로그램을 검증받은 대학이었다. 이 대학은 기초교육에 힘을 쏟는 것이 특징이었다. 한 명의 교수일지라도 최대한의 검증을 거쳐서 들어오면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하도록 온갖 지원을 했고, 학생들도 엄격하게 선발하되 캠퍼스의 일원이 되면, 대학의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최대한 도와주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런 특징은 지스트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지스트는 오랜 노력 끝에 지난 2010년 3월 학사과정을 개설했다. 100명을 모집했다. 지금은 신입생 규모가 200명이다.

이공계 학생들은 글쓰기를 비롯한 인문·사회·예술 교양이 부족했다. 과학고 졸업생들은 조기졸업하여 역시 부족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이공계 대학들은 달랐다. 인문·사회·예술교양을 창의력의 원천으로 삼았다. 이러한 학문을 잘 가르쳐야 훗날 제대로 된, 균형잡힌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인문·사회·예술과목을 3분의 1 이상 이수하도록 설계했다.

지스트 학사과정은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기초교육학부에서 수학과 기초과학, 인문·사회적 소양을 잘 갖추도록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처음 시도한 팀티칭은 융합교육의 사례이다. 한 수업에 서로 다른 분야를 전공한 여러명의 교수들이 참여하는 수업방식이다. 학부생들은 2학년 여름방학때 미국 버클리대학과 보스턴대학, 영국 캠브리지대학 등에서 여름학기를 경험할 수 있다. 칼텍과 버클리대, 또는 지스트 대학원에서 정규학기를 수강하거나 연구에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개설했다.

지스트 학생들은 캠퍼스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대학원생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원) 기혼자들 숙소도 마련돼 있다.

올해 ‘교수 1인당 논문피인용수’ 부문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가 작년에 이어 세계 1위, 인도과학원 2위, 지스트 3위, 미국 프린스턴대 4위, 미국 칼텍 5위를 기록했다.

지스트가 칼텍을 연구지수에서 앞지른 성과가 나왔다. 지스트 교수들이 기울였을 그간의 노력을 짐작해본다. 칼텍을 모형으로 설계한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배출되는 졸업생들이 미래에 빛을 발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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