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와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5박6일 일정으로 13일 출국한다. 청와대는 12일 "문 대통령은 APEC 회의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며, 아세안 회의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의 접견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작년 12월 베이징 회담 이후 11개월 만에 양국 정상이 만나는 것이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은 "북한 비핵화 국면에서 지금껏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한 건 비정상적"이라며 "비핵화와 종전 선언에서 중국 역할을 감안해 이번 기회를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재개·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 기간에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악화한 한·일 관계가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간 만남도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12일 일본에 도착한 펜스 부통령은 13일 아베 총리와 회담한 뒤 한국을 건너뛰고 싱가포르·호주·파푸아뉴기니를 차례로 방문한다. 펜스 부통령은 11일(현지 시각) 중간 기착지인 알래스카에서 문 대통령에게 보낼 메시지와 관련, "한·미·일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며, 미국은 압박 캠페인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우리 정부가 '대북 강경파'인 펜스 부통령과의 회담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에 대해 '전례 없는 외교·경제적 압박'을 거론한 펜스 부통령이 우리 정부로선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문 대통령은 러시아, 호주와는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청와대는 문 대통령 취임 후 외국 순방 때 받은 선물을 대중에 공개하는 전시회를 내년 봄쯤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