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항생제와의 전쟁' 늦출 수 없다

조선일보
  • 김성민 대한항균요법학회 회장
    입력 2018.11.13 05:52

    김성민 대한항균요법학회 회장
    김성민 대한항균요법학회 회장
    세계적으로 항생제 오·남용이 문제 되고 있다. 항생제를 많이 쓸수록 세균이 항생제에 견디는 내성(耐性)이 많이 생기고,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가 줄어 질병 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항생제 내성이 생기면 폐렴·결핵 같은 심각한 감염을 치료하지 못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11월 셋째 주를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 주간'으로 정하고 항생제 내성에 대응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WHO는 올해 '항생제를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항생제 내성균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지만,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는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는 뜻이다. 앞서 마거릿 챈 전(前) WHO 사무총장은 "세계는 단순 감염으로도 사망에 이르는 '항생제 이후' 시대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항생제 내성균은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 이상의 파급력이 있다. 항생제 내성균이 확산되면 세균 감염에 처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줄어들어 사망률 증가, 치료 기간 연장, 의료 비용 상승 등 공중 보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항생제 남용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연간 70만명이라고 한다.

    정부는 2016년 항생제 내성 예방 대책을 내놓으면서 5년 동안 항생제 사용량 20% 감소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올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항생제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6배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감기처럼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게 문제다. 많은 국민은 항생제를 복용하면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잘못 알고 있다.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이기 때문에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닭·돼지·소 등 가축이나 어류 양식에 쓰는 항생제도 줄여야 한다.

    항생제 내성균에 효과적인 새 항생제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신약 도입이 더디고 대부분 건보 비급여로 약값이 비싸 의료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 항생제 내성 관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 증진, 항생제 신약의 조속한 도입 등 종합적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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