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장한 육체의 남녀는 실제 인물이 아니라 추상적 의미를 의인화한 풍자이다. 과일과 곡물이 가득한 뿔그릇 코르누코피아를 들고 있는 여인은 ‘행운’이고, 맞은편의 남자는 행운의 단짝인 ‘우연’이다. ‘우연’은 오른손에 움켜쥔 복권 뭉치를 곧 황금빛 단지에 넣은 다음 한 장을 뽑을 것이다. 누구든 당첨만 되면 음식이 마를 날 없이 계속 흘러나온다는 코르누코피아를 얻은 듯, 엄청난 풍요를 누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행운'은 바람에 휘날려 솟구치는 황금색 망토처럼 변덕스러워서, 순식간에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행운'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비눗방울에 위태롭게 앉아서, 신발도 한 짝만 신고 있는 것이다.
이 그림은 16세기 이탈리아의 페라라에서 궁정 화가로 일했던 도소 도시(Dosso Dossi·약 1498~1542)의 작품이다. 페라라의 영주였던 데스테 가문의 딸이자 만투아의 곤차가 공작과 결혼하여 소도시 만투아를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키워낸 이자벨라 데스테가 주문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자벨라가 바로 복권 뭉치를 자신의 상징으로 삼아 궁정 내부에 공들여 만든 개인 서재의 천장에 조각해 뒀기 때문이다. 영민한 야심가였던 그녀조차 예측 불가한 운명의 부침을 겪고 난 다음에는 인간의 의지보다 어쩌다 주어지는 행운의 힘을 믿었던 모양이다.
오랫동안 사라졌던 이 그림이 세상에 나타난 건 1989년. 벼룩시장에서 푼돈을 주고 그림을 산 사람이 자동차 지붕에 묶어서 미술품 경매회사로 가져왔다고 한다. 요즘에는 인생지사 ‘운칠기삼(運七氣三)’도 아니고, 운과 복이 함께 따라야 한다는 ‘운칠복삼(運七福三)’이라더니 그 말이 맞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