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對北 화해' 홀로 추진할 위기에 놓인 文 정부

조선일보
  • 수미 테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
    입력 2018.11.12 03:17

    민주당의 美 하원 장악 후 트럼프 국내 政爭 늪 빠져 한반도 문제 흥미 잃을 수도
    미국의 '진정한 동의' 없이는 남북한 관계 전면적 확대 不可… 美·北 극적 합의도 물 건너가

    수미 테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
    수미 테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

    지난주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은 중대한 재편을 예고한다. 세계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수주의적 선동을 많은 미국인이 배격했고, 동맹과 자유무역에 대한 국내 지지가 강력함을 보여줬다. 국내적으로는 향후 2년간 트럼프 행정부의 행동이 훨씬 제약되고 정당 간 정쟁도 극심해질 것이다. 그나마 외교 분야는 중대 변화가 가장 덜 이뤄질 곳이다.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게 된 상원에서는 트럼프가 두려워할 게 없다.

    문제는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다. 하원의 힘은 예산 세입(歲入)·세출(歲出)과 제재 관련 입법에서 나온다. 일례로 하원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와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를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제재할 수 있고, 의회가 권한을 가진 대(對)북한 제재 완화 결정은 매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하원은 또 대북(對北) 정책 조사와 북핵 프로그램 등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구하거나 북한 인권·비확산 관련 청문회를 개최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공화당이 다수당으로 있던 최근 2년에도 하원은 트럼프의 동맹 자산 약화 결정을 제한하기 위해 초당(超黨)적으로 움직여왔다. 올 8월 통과된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감축 결정이 미국 국가 이익에 도움되며 관련 동맹국들의 안보를 심대하게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방장관이 하원 군사위원회에 증명하지 않는 한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줄이는 예산을 편성하지 못한다'고 못박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민주당 주도의 하원이 북한 비핵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애써온 문재인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의 대통령직(職)이 미국 내에서 매우 논쟁적임을 감안할 때 하원은 대통령직과 트럼프 일가 소유의 기업 왕국에 대한 각종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광범위하게 예상된다. 이러한 조사들은 백악관의 시간과 에너지를 빨아들여 국내·외교 정책 수행을 마비시킬 수 있다.

    트럼프는 외교 분야로 관심을 돌릴 수 있겠지만 북한으로부터 스스로 승리라고 포장할 만한 양보를 받아내지 못한다면 국내 정쟁의 수렁에 빠져 오히려 북한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 마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특사의 고위급 회담이 지난주 전격 취소된 건 미·북 협상이 이미 순조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런 측면에서 남북한에는 기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트럼프의 약점을 알고 있는 김정은은 그래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는 취하지 않으면서 대북 제재 해제 요구 같은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다. 김정은은 트럼프가 국내 상황 타개를 위해 외교 문제에서 성공을 바란다는 사실을 계산에 넣고 있겠지만, 그의 전략은 자칫 트럼프가 북한과의 실랑이에 싫증을 내고 국내 문제로 완전히 돌아설 위험성을 안고 있다.

    문 정부에 닥친 다른 도전은 대북 전략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북한과 관계 개선을 꾀한다는 점이다. 이를 간파하고 있는 김정은은 한·미 간에 균열 내기를 시도하며 문 정부에 개성공단 재개와 대북 제재 해제를 압박할 것이다. 그런데 '완전한 비핵화' 없는 상태에서 미국이 제재 완화나 해제에 진정 동의하지 않는다면 문 정부는 미국과 유엔 어느 쪽으로부터도 잠정적인 대북 제재 예외조차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 이 경우 북한과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려는 문 정부의 시도는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최근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서 주요국들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청했다가 받은 냉담한 반응을 고려할 때 미국이나 국제사회로부터 대북 제재와 관련된 유연한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신호는 없다.

    미국 중간선거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큰 변화를 낳지는 않을 것이나 최소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극적인 합의나 타결을 할 가능성은 대폭 낮출 것이다. 이미 극적 합의의 가능성은 김정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온 후 계속 낮아져 왔다. 김정은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발사 실험 동결 정도다. 그는 자신들의 핵·미사일 보유 현황에 대한 신고도 계속 거부할 것이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과 바쁘게 싸우느라 북핵 해결로 노벨상을 받겠다는 꿈을 접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의 화해를 추진하는 문 대통령은 점점 홀로 고립될 것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