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은 무엇 하러 바꿨나

조선일보
입력 2018.11.12 03:19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첫 기자회견에서 "경제부총리를 사령탑으로 해 하나의 팀으로 일하겠다"며 "정책실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으로서 경제부총리 일을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투 톱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 공개석상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면서 혼선과 갈등을 노출했던 '투 톱 논란'이 더 이상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도 "내가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경제 정책을 주도하는 사령탑은 내각의 경제부처 수장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제 현장에서 직접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많은 경제 관련 부처를 통솔하고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경제 참모를 공식적으로 '경제 사령탑'이라고 하는 나라는 없다. 하지만 우리 경우엔 제왕적 대통령 옆에 있는 비서들이 장관의 위에서 사실상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 정부 들어서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것이 정부 경제 정책이 현실에서 동떨어져 딴 나라 얘기처럼 돌아가는 원인 중의 하나다.

새 부총리가 '원 톱'을 하겠다고 하지만 벌써 김 정책실장이 '왕 실장'으로 불리고 있다. 결국 관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느냐에 달려 있다. 문 대통령은 이념형 정책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아무래도 김 실장과 뜻이 더 맞을 것이다. 더구나 홍 부총리 후보자는 실무형, 지시 이행형 스타일이다. 두 사람 간의 위상이 어떻게 될지는 얼마 안 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김 실장은 기자회견에서 "소득 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어느 하나 분리할 수 없는 서로가 묶인 패키지"라며 "큰 틀의 방향에서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으나 현 정부가 해온 정책을 그대로 계속하겠다는 뜻은 분명한 것 같다. 홍 후보자도 똑같이 말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올해와 내년 한국이 각각 2.5%, 2.3%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주요 20개국(G20)의 올해와 내년 평균 성장률 전망치 3.3%, 2.9%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그만큼 한국경제가 유난히 침체된 상태이고 내년엔 더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이 정부의 앞뒤가 뒤바뀐 정책 실험과 반(反)구조개혁 정책 탓도 크다. 그래서 부총리와 정책실장을 바꿨는데 '하던 그대로 하겠다'고 한다. 앵무새를 다른 앵무새로 무엇 하러 바꾸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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