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혁신 갈 길 먼데... 흔들리는 김병준 리더십

입력 2018.11.11 12:00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인적쇄신’이라는 중요한 혁신 작업을 앞두고 리더십 위기에 놓였다. 김병준 위원장이 직접 "십고초려해 모셔 왔다"고 했던 전원책 변호사를 영입 29일만에 비대위 산하 조직강화특별위원 직에서 경질했다. 일부 중진 의원들 사이에 비대위 체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오고, 비대위 성과가 미진하다는 지적도 당 내부에서 끊이질 않는다. 최근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탄핵 책임론’까지 다시 떠올랐다.

당 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상황이라 인적쇄신 등 갈 길 바쁜 당내 혁신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전원책 조강위원 29일만에 해촉… 리더십 흔들기에 빠른 결심한 듯

전원책 변호사/성형주 기자
비대위가 9일 전 변호사를 경질한 표면적인 이유는 전당대회 일정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당시 내년 2월 전당대회를 개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전 변호사는 "내년 2월 말에 전당대회를 하려면 오는 12월 15일까지 현역 의원을 잘라야 하는데 그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하다"며 "시간을 정해놓고 하면 될 일도 안 된다"고 맞서 왔다.

두 사람이 전대 시점을 놓고 갈등을 빚었지만, 기저에는 인적쇄신 강도를 둘러싼 견해 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 변호사는 "모두 단두대로 보내겠다"며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별렀지만, 김 위원장은 "무조건 사람을 자르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며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전 변호사의 경질은 시점의 문제였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는 게 비대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비대위원은 10일 "전 변호사의 발언이 당 차원에서 용납할 수준을 넘어섰고, 전 변호사도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은 이미 알고 있지 않았냐"며 "전 변호사는 조강특위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다만 당 내에서는 비대위의 전 변호사 경질이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당초 전 변호사는 9일 오후 3시 조강특위 회의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비대위도 전 변호사의 견해를 듣고 조강특위위원 해촉을 결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전 변호사 경질을 결정하고 이를 문자 메시지로 전 변호사에게 통보한 것이다. 이를 두고 비대위가 전 변호사의 경질이 늦어질 경우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을 것을 우려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중진 의원들 "비대위 성과 없다"... 탄핵책임론도 부상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에서 두번째)이 9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살리기 국민대토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상현 의원실 제공
최근 당 중진 의원들이 비대위 체제 비판을 하고 나선 것도 전 변호사 조기 경질의 이유로 꼽힌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최근 비대위원을 향해 "갈팡질팡한다"(정우택 의원), "보수 재건에 중요한 시점인데 비대위가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신상진 의원) 등 비대위 성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전 변호사가 전대 개최 연기를 주장하자 중진 의원들은 비대위 체제가 장기화되는데 거부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당내에 내년 2월 말 전대 개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전 변호사의 ‘전대 연기론’을 묵과할 경우 당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일부 중진 의원들의 비대위 체제 흔들기에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비대위 회의에서 "근거 없는 이야기로 비대위와 비대위원장을 시험하지 말라"며 강력하게 경고했다. 그러나 한번 터져나온 불만이 쉽게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도 주요 이슈로 부상하는 것도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타격을 주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계파 갈등 수습을 비대위 성과 중 하나로 꼽았었는데, 탄핵 책임론으로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탄핵을 거론한 쪽은 바른정당 출신 복당파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국민의 82%와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의원 62명이 찬성했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당시 국정은 마비됐고,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 광화문에서는 수십만명이 촛불시위를 하는데 광장의 분노가 폭발했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겠느냐"고도 했다.

이에 대해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은 9일 페이스북 글을 올리고 "폭주하는 광장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자당 소속 대통령을 탄핵에 상납하고 당 구성원 전체를 불구덩이로 밀어 넣고 지지자들을 도탄에 빠트렸음을 자백하고 있다"며 "백 마디 변명보다는 한마디의 통렬한 자기반성과 실천하는 결단이 빛을 발할 때다. 아무 말이나 막 하지 말라"고 했다.

윤상현 의원이 9일 자신이 주최한 ‘대한민국 바로 살리기 국민 대토론회’에서 "과거 박근혜정부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성공이고, 개인적으로 신의를 중시하는 성격 탓에 맹목적인 충성을 하기도 했다"며 "대한민국이라는 가치를 보지 못하고 대한민국을 좌파정권에 헌납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주호영 의원은 "탄핵에 가담한 사람들 반성과 사과가 있을 수 있고 책임있는 사람들도 있어야 한다"며 "국정을 이끈 친박이 잘못으로부터 피해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자 당 중진인 나경원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이렇게 한평생을 감옥에 가실 정도로 잘못을 했나"라며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거기에 공감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한국당 중진 의원은 "친박계에서 탄핵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12월 원내대표 선거와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 아니겠냐"며 "전대가 가까워지면 계파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런 국면에서 김병준 비대위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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