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불화 끝에 퇴진… 金 "아쉽지 않다", 張은 대통령과 만찬

입력 2018.11.10 03:09

[경제투톱 교체] 김동연 부총리·장하성 실장, 경제정책 추진 갈등에 동시 교체

9일 교체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전 정책실장은 이날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다. 각종 경제정책 추진 과정에서 갈등을 표출하며 부딪혔던 두 사람이 1년 반 만에 조용히 동시에 퇴진하게 된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 10시에 국회에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나타나지 않아 한때 "잠적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간 수출입은행에서 기재부 국제금융국과 대외경제국 간부들에게 통상과 국제 금융시장 현안 등 대외 경제에 대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총리는 정오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부총리는 인사 발표를 의식해 미리 준비한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청와대 공식 인사 발표가 있었던 오후 2시 직전에 차관들과 1급 간부들을 소집해 회의를 주재해 "국회 예산 심사와 이달 말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회의 준비를 차질없이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부총리는 "취임 이후 1년 5개월 동안 기재부를 중심으로 경제 부처들이 노력한 결과 사람 중심 경제의 틀을 만들고 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기초를 마련한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참석했던 한 간부는 "부총리가 이미 경제 상황에 책임을 미루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고, 인사 방침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기색은 없었다"고 했다. 다만 부총리 주변에선 "부총리가 연초부터 소득 주도 성장 등 무리한 경제정책의 속도 조절을 주장했지만 성과 없이 물러나게 됐다. 장하성 실장과의 불화 사실이 불거진 이후 (자리를) 던졌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쳤다"는 말이 나온다.

신임 국무조정실장·환경부 장관 등 한자리 - 노형욱(왼쪽) 신임 국무조정실장과 김현철(가운데) 청와대 경제보좌관, 조명래 신임 환경장관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신임 국무조정실장·환경부 장관 등 한자리 - 노형욱(왼쪽) 신임 국무조정실장과 김현철(가운데) 청와대 경제보좌관, 조명래 신임 환경장관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부총리는 취재기자들이 정부 중앙 청사로 모여들자 오후 4시쯤 청사 앞에서 메시지를 내겠다고 예고했다. 기자들과 만난 그는 청와대와 마찰설에 대해 "전혀 없다"고 했다. 예산 처리 과정에서 교체 인사가 난 것에 대해서도 "전혀 아쉽지 않다. 정무직 인사는 인사권자의 뜻에 따르는 것"이라고 했다.

장하성 전 실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공정경제 전략회의에 참석했고, 직전에는 청와대에서 매일 열리는 현안 점검 회의에도 참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전 회의 때 평소처럼 정책과 의제에 대해 충분히 끝까지 할 말씀을 다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소 같은 농담이나 고별사는 없었다고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까지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김 부총리와 달리 장 전 실장은 이날부터 바로 후임 김수현 정책실장에게 업무를 넘겼다.

장 실장은 이날 저녁 업무를 마친 뒤 정책실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김연명 신임 사회수석에는 "김수현 실장 잘 모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실장은 저녁에는 문 대통령과 만찬을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당초 장 전 실장은 내년 초까지 정책실장직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 대통령은 김 부총리를 교체하면서 정책실장도 함께 교체했다. 장 전 실장은 사실상 지난달부터 교체를 염두에 둔 듯 유럽 순방, 평양 정상회담 등 문 대통령이 참석했던 중요 행사에 과거처럼 자주 나타나지 않았다.

장 전 실장은 안철수 대선 캠프 출신이었지만 초대 정책실장으로 발탁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참모들이 만나기 꺼렸던 기업 관계자들도 자주 만나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이 몸담았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진보적 색채를 못 내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시장 친화적이지 못하다"며 서로 다른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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