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한달만에 20% 급락…“트럼프·푸틴 모두 유가 하락 희망”

입력 2018.11.09 15:57

글로벌 원유 가격이 당초 예상과 달리 한 달 새 20% 넘게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 6월만 해도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라 연말 글로벌 원유 공급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5일 미국이 이란산 원유 거래 제재를 개시하기 직전까지도 글로벌 원유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원유시장에선 되려 공급 과잉 현상이 벌어지며 유가 전망이 무색해지는 모양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일(현지 시각)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6%(1달러) 떨어진 60.6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의 대(對)이란 원유 제재 복원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WTI 원유 가격은 지난달 76.90달러까지 올랐으나, 불과 한 달만에 21%쯤 하락한 것이다. 런던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도 이날 70.64달러을 기록, 20% 가까이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최근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조선DB
◇ "美 원유 생산량 사우디·러시아 넘어서"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의 주된 요인은 미국의 기록적인 원유 생산량이다. 미국 에너지청(EIA)은 최근 10월 자국 원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1140만 배럴이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1년 전보다 약 200만 배럴 늘어난 것으로 사우디는 물론,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미국의 기록적인 원유 증산은 이란산 원유 거래 제재 이후 우려됐던 글로벌 원유 가격 상승 우려를 잠재웠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가격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 EIA는 미국 원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1210만 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원유 증산을 이끄는 또 다른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원유 가격 상승을 막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원유 가격 상승이 유권자 층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공개석상에서 OPEC의 감산 조치를 비판한 데 이어 최근 이란 제재를 발표하면서도 "세계 원유 가격 급등을 원치 않아 조금 천천히 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등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들이 이번 이란 제재를 충분히 미리 예측해 대비했다는 점도 유가 안정을 이끄는 요인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상당수 시장 참여자들이 이란 원유 제재로 인한 국제 원유 공급량 축소를 우려한 시장 참여자들이 필요한 원유를 제재 전 미리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 러시아와 사우디도 증산 불가피할듯

원유 가격의 핵심 변수인 러시아와 사우디는 미국의 이란산 원유 거래 제재 이후 가격 상승을 우려, 생산량을 각각 하루 평균 1140만 배럴, 1070만 배럴로 올린 상태다.

이란의 석유 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조선DB
그러나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모두 추가 원유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커져 당분간 글로벌 원유 가격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미국의 잇따른 경제 제재로 달러 고갈이 심해진 게 증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사우디 역시 카슈끄지 기자 살해 여파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쉽사리 반기를 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OPEC은 러시아, 사우디 등의 증산을 비난하며 원유 생산량 자진 감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양국 모두 OPEC의 뜻을 따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일부 산유국은 오는 12월 비엔나 확대회의에 앞서 이번 주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공동 각료 모니터링 위원회(JMMC)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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