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사장님, 우리도 똑똑한 로봇비서 하나 뽑죠

입력 2018.11.10 03:00 | 수정 2018.11.10 09:36

로봇 체험 24시

로봇체험 24시
미래가 아니다. 로봇은 이미 우리 일상에 성큼 들어와 있다. 기자가 집과 카페, 사무실과 병원, 출퇴근을 통해 '로봇이 바꾼 하루 24시간'을 압축적으로 경험해봤다.

지난 7일 오전 7시. 알람 소리에 일어난 기자의 첫 말 상대는 TV 옆 스피커형 로봇이다.

TV
"TV 켜고 채널은 CNN으로 돌려."

정확히 1초 후 CNN의 주식 관련 뉴스가 흘러나온다. 이 로봇은 집사나 마찬가지다. 명령만 내리면 TV나 전등을 켜고 끄는 것은 물론 음악 재생이나 실내 온도 조절까지 해준다. 기특한 로봇에 대한 생각도 잠시. TV 화면엔 뉴욕 다우존스와 나스닥 시세가 한창이다. 미국 IT 기업들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는 소식이다. 뉴스 말미에 '이 기사는 주식 전문 로봇 기자가 작성한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지난 주말 스마트폰으로 본 영국 프리미어리그 기사에서도 이런 안내를 본 기억이 났다. 하긴, 첼시가 토트넘을 2대0으로 이겼다는 단순 소식이야 사람이 쓰나 로봇이 쓰나 무슨 차이겠는가. 발 앞에 로봇 청소기가 와 닿는다. 밤샘 청소 모드로 해두면 잠자는 동안 먼지를 치워준다. 요즘 기자의 하루는 로봇과 떼려 해도 뗄 수가 없다.

로봇 바리스타부터 자율 주행 버스까지

로봇 바리스타
오전 8시 20분. 롯데월드몰에 도착한 기자는 3층의 카페로 발길을 옮겼다. 로봇과 사람 한 명이 근무 중이다. 로봇이 커피를 만들고, 사람은 보조 역할을 한다. 무인 주문기(키오스크)에 아메리카노를 입력하고 신용카드를 넣으면 주문 완료. 1분도 되지 않아 로봇 바리스타가 몸통에 달린 큰 팔로 커피 한 잔을 대령했다. 맛의 차이도, 비용 차이도 없다. 바쁜 아침에 사람처럼 말을 걸지 않아 좋다는 장점도 있다.

오전 10시. 사내 내부망을 열어 오늘 취재할 아이템을 알아본다. 공교롭게도 요즘 기업계의 화두 중 하나인 사무실 로봇 자동화(Robot Process Automation)다. 사람 대신 업무를 처리해준다는 로봇인데, 웬만한 신입 사원 수십명분의 일을 한다고 해 화제다. 걸어 다니는 형태의 로봇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탑재한 소프트웨어 형태라서 약간 실망(?)스럽지만, 2~3시간은 걸리는 영업 실적 보고서나 거래 내역 정산 문서를 몇 분 만에 뚝딱 만들 수 있다.

기자가 접촉한 현대카드 직원은 "예전엔 오전에 출근하면 일일 실적 보고나 회의 자료 준비, 거래처 관리 등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품은 많이 드는 업무를 하느라 시간을 보냈지만, 요즘은 로봇이 출근 전에 다 만들어 메일까지 보내놓는다"며 "덕분에 본래 업무인 거래처 발굴과 상품 기획에 집중할 시간을 벌었다"고 말했다.

병원

오후 3시 30분 서울 을지대병원. 현대카드 로봇과 달리 이곳의 로봇은 몸통도 있고 바퀴도 있다. 이름은 '고 카트(Go Cart)', 혈액 샘플 같은 병원 물품이나 환자용 식사 등 온갖 물건을 운반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카트를 끌고 병동을 이동하던 간호사들 일감을 줄였다. 이젠 로봇이 정해진 시간에 병동을 순회하며 이동하고, 시간 맞춰 물건을 올려두기만 하면 로봇이 알아서 배달해준다. 필요할 때 호출하면 즉각 달려온다.

병원의 업무보조 로봇 ‘고카트’.
병원의 업무보조 로봇 ‘고카트’.
로봇 자율주행버스 ‘제로 셔틀’.
로봇 자율주행버스 ‘제로 셔틀’.
오후 7시. 저녁 약속을 한 취재원에게 어디쯤이냐고 물어보니 "판교에서 자율 주행 버스 타고 달려가는 중"이라는 답장이 온다. 여기도 로봇이다. 경기도에서 연내 도입을 목표로 시범 운행한다는 버스 '제로셔틀'. AI 로봇이 운전한다. 내비게이션 기능을 탑재하고 실시간 교통 정보를 체크해 안 막히는 구간을 골라 다닐 줄 안다.

버스
제로셔틀을 탄 취재원은 "가끔 급제동을 하고 사람보다 운전이 좀 미숙한 부분도 있지만, 점점 더 능숙해지고 있다"며 "사람들이 다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문을 닫아주고, 무단횡단 보행자도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급정거하는 걸 보니 사람보다 낫단 생각도 들더라"고 했다. 문득 아침에 본 로봇 기자가 쓴 주식 기사가 떠오른다. 이러다 로봇에 일자리 잃는 것도 시간문제 아닐까.

로봇,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돕는 존재

기자의 일상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현재진행형이다. 위에 등장한 로봇들은 모두 상용화됐거나 곧 상용화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게 사무실 로봇. 구글이나 테슬라 같은 세계적 테크 기업뿐 아니라 현대카드, LG전자 등 국내 회사들도 로봇을 채용(?)했거나 하려 한다. 대형 마트에서 쇼핑을 도와주는 자율 주행 카트 로봇도 나온다.

일상에 들어온 로봇 이름
로봇은 반복적이고 품이 많이 드는 잡무를 처리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현대카드 문성훈 IT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재무제표 작성을 비롯해 로봇이 총 44개 업무를 대신하는데, 임직원 업무 시간을 연간 1만5628시간이나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로봇의 업무 영역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가 밝힌 업무 절약 시간을 인력으로 환산하면 약 40명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로봇의 역할이 늘어난다면서 사람들은 결국 쫓겨나는 걸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로봇 바리스타를 운영 중인 달콤커피의 경우 아르바이트생과 로봇이 협업하는 구조다. 서울 성동구에서 로봇 바리스타와 일하고 있는 김보윤(25)씨는 "로봇은 커피를, 나는 빙수를 만든다"며 "웬만한 바리스타만큼 커피를 만들려면 최소 두 달은 걸리는데, 그걸 못해도 로봇 바리스타 덕분에 카페에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순 반복 잡무를 로봇이 처리해주면서 사람은 더 창조적 업무에 집중할 환경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로봇 바리스타 ‘비트’.
로봇 바리스타 ‘비트’.
자율 주행 버스가 통근·통학을 책임지게 되면 '길바닥에서 낭비되는 시간'도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제로셔틀'을 시승해 본 황혜리씨는 "로봇이 상용화되면 아침·저녁으로 운전하는 스트레스가 줄어 업무 효율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로봇은 우리의 대체자가 아니라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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