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유한양행 설립… 재산 전액 기부 유언 남긴 柳一韓의 삶을 청년들에 알리고 싶은 까닭

조선일보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18.11.10 03:00

    [김형석의 100세 일기]

    /일러스트= 이철원
    지난 3일 인문학 강의를 하러 강원도 양구에 다녀왔다. 양구와 춘천에서 온 수강생들, 서울서 찾아온 월간지 손님들이 아늑한 강의실을 채우고 있었다. 정각 오후 2시였다.

    사회자가 "오늘도 세 분에게 책을 드리겠는데 '내가 가장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분은 손을 드세요"라고 했다. 모두가 웃었다. 손을 든 사람이 예상보다 많았다. 여자들도 높이 손을 들었다. 책을 받기 위해 체면을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저자인 내가 시상(?)을 했다. '유일한의 생애와 사상'이라는 책이다. 나는 지금까지 많은 책을 썼다. 그러나 내가 청년과 기업인에게 무엇보다 권하고 싶은 책은 유일한(1895~1971)의 전기이다. 나의 어떤 책보다도 이 책에서 얻는 교훈이 국민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 청년의 용기와 희망은 물론이고 경제·사회와 기업인을 위한 고전적 의미도 갖는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내 생애와는 어울리지 않으나 집필했던 것이다. 그 한 부분을 소개한다.

    1971년 4월 8일. 유일한의 장례식이 끝나고 한 달쯤 뒤였다. 궁금했던 고인의 유언장이 발표되었다. 당시 유일한과 유한양행의 재산은 지금의 큰 기업체 자산과 비슷했다. 국민적 관심을 집중시켰을 정도였다.

    '(하나뿐인) 아들 일선에게는 대학 교육까지 시켰으니까 앞으로는 자립해서 살아가라. 손녀 일린에게는 대학 졸업까지 학자금으로 나의 주식 배당금 가운데 1만달러 정도를 마련하라. 딸 재라에게는 유한중고등학교 구내에 있는 5000평 대지를 상속하되 유한동산으로 꾸며서 학생들 모두가 자유로이 즐길 수 있도록 당부한다.' 실제로는 소유가 아닌 학생들을 위해 관리해 달라는 뜻이었다. '내 소유인 유한양행 주식 14만941주 전부를 재단법인 '한국사회 및 보육신탁기금'에 기증함으로써 뜻있는 사회사업과 교육 사업에 쓰도록 하라'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본인 재산 전액을 교육과 사회사업에 남긴 것이다.

    그가 남겨놓은 유품도 거의 없었다. 유일한은 자신을 위해서는 지극히 검소했던 편이다. 생전에 많은 재산을 사회에 남겨 주었다. 딸 재라씨는 나도 만난 적이 있으나 부친의 유지를 따라 검소하게 살았고 100억 이상의 유산을 사회에 기증했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을 도왔고 6·25전쟁 중에도 애국적 활동을 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다. 역사가들이 찾아 그 유지를 전해 기록에 남겼을 정도이다.

    지금 우리는 경제적 시련과 난관을 치르고 있다. 유일한의 기업정신과 애국심이 그립다. 그것을 계승할 수 있다면 이미 부유한 나라가 되었을 테고 국가의 발전과 번영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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