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에 출입구 막혀 탈출 어려웠다"…종로 고시원 화재 18명 사상

입력 2018.11.09 10:05 | 수정 2018.11.09 11:44

7명 사망·11명 부상 종로 고시원 화재
소방당국 "불길에 출입구가 막혀 탈출 못 해"
"스프링클러 없어…비상벨도 안 울렸다"
거주자 대부분 40~70대 일용직 근로자

9일 새벽 5시쯤 서울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수표교 인근 국일고시원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불이 고시원 건물 3층 출입구 부근에서 발생한 탓에 사상자들은 제대로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고시원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분석된다.

9일 새벽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 김우영 기자
이날 권혁민 종로소방서장은 화재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고시원 3층에서 처음 불이 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거센 불길로 출입구가 봉쇄돼 (고시원 거주자들이) 탈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유독가스를 마신 18명은 신촌 세브란스 병원, 순천향병원, 고대안암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이 가운데 7명이 현재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목격자들은 "3층 출입구가 있는 쪽에서 불길이 솟았다"고 진술했다. 소방당국은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다. 이 가운데 2~3층을 고시원으로 썼다. 2층에 24명, 3층에는 26명이 살고 있었다. 옥탑방에도 주민 1명이 살았다. 처음 불이 나자 2층 거주자들은 모두 대피했지만, 3층·옥탑방 거주자 일부는 유독가스를 흡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시원’이었지만 거주자 대부분은 40~70대 일용직 근로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시원 2층에 사는 구모(68) 원장은 "새벽 5시쯤 '불이야'라는 소리가 들렸다. 301호에서 불이 났다고 들었다"며 "2층에 사는 여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내려갔다"면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9일 새벽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고시원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가 화재 감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건물은 1983년에 건설된 것으로 확인됐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불길이 급격히 거세진 것으로 추정된다. 고시원 복도는 두 사람이 동시에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협소했다고 거주자들은 전했다. 불길이 심해지자 3층 거주자 일부는 창문을 통해 탈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관계자는 "고시원 건물에 화재경보기 등은 있었지만 화재 당시 제대로 작동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층 거주자들은 "비상벨이 울리지 않았다. 고장 났다고 들었다. 나는 ‘우당탕’하는 소리에 놀라서 깼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5시 5분쯤 현장에 도착, 오전 5시 31분쯤 큰 불길을 잡았다. 소방관 100여 명, 소방장비 30여 대가 투입됐다. 화재는 2시간여 만인 오전 7시쯤 완전히 꺼졌다.

9일 새벽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 3층 외부./ 뉴시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오전 7시 30분쯤 화재 현장을 방문해 "전담직원을 배치해 사상자 신원을 빨리 파악해서 가족에게 사고내용과 구조상황 등을 알려주고 유가족 편의 제공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피해 규모와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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