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담 없다더니… 군사합의 예산 101억 증액

입력 2018.11.09 03:36

당초 8억여원 책정, 뒤늦게 GP철수·JSA비무장화에 증액 요청
野 "국회 동의도 없이 비준… 다른 사업비용도 크게 불어날 것"

국방부가 남북 군사합의 이행을 위해 101억원의 예산을 뒤늦게 증액(增額)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것으로 8일 전해졌다. 국방부는 지난달 말까지도 기존 예산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고 했었다. 군사합의뿐 아니라 판문점·평양 선언을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식으로 관련 예산을 슬금슬금 늘릴 것이라는 우려가 야권에서 나왔다.

◇내년 101억원 '슬쩍' 증액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는 군사합의 이행을 위해 2018~2019년 150억1000만원을 책정했다. 올해는 40억1000만원, 내년도는 110억원이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 110억원 중 101억4000만원은 이미 국회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던 금액이다. GP 시범 철수에 81억8000만원, 서북도서 포병부대 순환훈련에 19억6000만원을 추가로 책정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 예산안 설명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정 장관은 남북 군사합의 이행을 위해 101억원 예산이 뒤늦게 증액된 것과 관련해 “산출하지 못했던 예산 소요가 있어 죄송하다”고 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 예산안 설명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정 장관은 남북 군사합의 이행을 위해 101억원 예산이 뒤늦게 증액된 것과 관련해 “산출하지 못했던 예산 소요가 있어 죄송하다”고 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지난달 29일 정경두 국방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군사합의) 이행 비용 조달이 평상시 편성된 국방 예산으로 충분하냐'는 여당 의원 질의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변했었다. 그랬던 정 장관은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다 산출하지 못했던 예산 소요가 있었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국방부가 밝힌 예산에는 다른 부처 소관 사업이나 군사 당국자 간 직통전화 개설, 군사공동위 운영 등 아직 구체적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사업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가령, 한강 하구 공동 이용을 위한 남북 수로조사는 남북협력기금 4억1800만원이 집행되는데 이는 국방부 예산에서는 빠졌다. 정확히 얼마까지 불어날지는 국방부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중대한 재정적 부담' 아니라더니

정부는 지난달 23일 9·19 군사합의서를 국회 동의 없이 국무회의 심의만 거쳐 비준했다.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사항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내세웠다. 그러나 두 주 만에 군사합의 일부 이행을 위한 예산이 100억원 넘게 늘어났다.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 2018~2019 예산안

야권에선 다른 사업 역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철도·도로 협력 사업의 경우 총비용은 40조원에서 100조원까지도 들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나 정부는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에 내년도 관련 예산 2951억원만 첨부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리모델링도 통일부는 교추협에서 사업관리비 8600만원을 의결받았다가 결국 100억원 넘게 쓰고 심의·의결도 사후에 받았다.

이산가족 화상 상봉을 위해 북한이 부담해야 할 돈도 우리 정부가 지출할 예정이다. 통일부가 밝힌 화상상봉소 설치 예산 85억원 가운데 40억원은 북측 시설 개·보수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한편 국방부는 남북이 각각 시범 철수하기로 했던 11개 GP 중 각 1개소는 보존하기로 합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해당 GP는 병력, 무기, 장비를 일체 철수하되 시설물에 대해서는 원형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 측은 동해에서 가장 가까운 GP를 남길 예정이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최초 건축된 GP라고 한다. 국방부는 "역사적 상징성 및 평화적 이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했다. 북한은 중부지역 GP를 보존하기로 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이 남기기로 한 GP는 모두 군사 요충지에 있다"며 "양측이 그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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