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협상 서두를 것 없다" 트럼프 7번 강조

조선일보
  • 안준용 기자
    입력 2018.11.09 03:24

    "내년 초 언젠가 김정은 만날것, 제재 풀고싶지만 北 호응해야"
    NYT "비핵화 이견 갈수록 커져… 양국 외교관계 무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각) 2차 미·북 정상회담 시기와 관련, "내년 초 언젠가(sometime early next year)"라며 "(비핵화 협상에서)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내년 1월 초 개최에 무게가 실렸던 미·북 정상회담 시기를 더 늦출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 차례에 걸쳐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서두를 것 없다" 7차례 반복

    트럼프 대통령은 미 중간선거 다음 날인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에 관해 '서두를 것이 없다'는 말을 7차례에 걸쳐 반복했다. 이어 "(미·북 고위급 회담) 일정은 다시 잡힐 것"이라며 "북한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매우 만족한다.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회담 시기는 미뤘지만 여러 채널을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영변 핵시설 사찰·검증 등에 관한 대화는 계속 이어 가겠다는 뜻이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고위급 회담 연기 배경과 관련해 "일정은 항상 바뀌고, 순전히 일정을 다시 잡는 문제, 그게 전부"라며 "일정이 허락할 때 다시 잡을 것"이라고 했다. 확대 해석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쯤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11일) 참석차 프랑스로 이동한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불발도 북한이 고위급 회담 연기를 요청한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미측이 한때 제시했던 '2021년 1월' 비핵화 시한에 관해선 "인위적 시간표에 이끌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목적인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와 이런 회담이 열리는 속도를 혼동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제재 풀고 싶지만 北 호응 있어야"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서두를 것 없다"며 "나는 제재를 풀고 싶지만 그들의 호응이 있어야 가능하다. 쌍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제재 완화를 위해선 핵 리스트 제출, 사찰·검증을 아우르는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미 중간선거가 공화당의 선전으로 끝난 만큼 미·북 비핵화 협상 기간을 길게 잡고 제재로 북한을 계속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대치에 못 미치는 비핵화 조치로는 만족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제재 완화 조건으로 '쌍방향(two-way street)'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은 제재 완화와 핵 신고를 둘러싼 미·북 간 의견 차가 크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번 회담 취소가 6·12 정상회담을 정점으로 양국 외교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없이 보여줬다"며 "양측 기대·요구가 불일치했고, 그 위험은 최근 더욱 분명해졌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비핵화 과정과 제재 해제 시점을 놓고 미·북 간 의견 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제재 완화를 지지하는 한국과 미국의 관계도 껄끄러워지고 있다"고 했다.

    ◇남북 협력 사업 차질 생길 수도

    향후 비핵화 협상, 한반도 문제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VOA(미국의소리)방송에 "미국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청문회 개최 등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정상회담 날짜를 박길 원하는 쪽은 북한이고, 미국은 먼저 실무 회담을 통해 비핵화 진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라 비핵화 협상이 상당 기간 교착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연내 종전 선언, 김정은 서울 답방,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 착공식 등 남북 협력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일단 우리 정부는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연내 김정은 답방과 종전 선언은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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