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00만명에 현금 입금… 총선 의식한 與野 "일단 더 주고 보자"

입력 2018.11.09 03:07

소득주도성장 고집하는 정부, 소득 안따지는 '보편적 복지' 확대
1조 넘는 현금복지 6개… 올해 가구당 평균 131만, 내년 166만원

강원도에 사는 이모씨 부부는 기초연금으로 매달 40만원씩 나라에서 받는다. 이와 별도로 남편 이씨가 6·25전쟁 참전용사라 매월 45만원씩 나온다. 작년보다 13만원 오른 돈이다. 여기에 지난 9월부터 손자의 아동수당으로 월 10만원씩을 받게 됐다. 이씨는 "매달 총 95만원을 받고 있다"며 "정부가 돈을 주니 고맙긴 한데, 경기가 어렵다면서 이럴 여력이 있는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본지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문재인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국가가 국민에게 지급하는 '현금 복지' 예산이 올해 26조1000억원에서 내년 33조3000억원으로 7조2000억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유례없는 증가 폭이다.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수급

33조3000억원은 서울 인구 980만명에게 340만원씩 나눠줄 수 있는 돈이다. 복지부·국가보훈처·노동부·여성가족부·교육부·국토교통부 등 6개 정부 부처가 50여 개 사업을 통해 이 돈을 쓰고 있다. 예산이 1조원 넘는 사업만 6개에 달하고, 수혜자는 총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다. 기초연금(539만명)이 가장 많다. 아동수당(230만명), 기초생활보장(158만명), 장애인 연금(36만명), 명예참전수당(30만명), 청년구직수당(10만명) 등이 뒤를 따른다.

고령자·장애인·빈곤층 같은 전통적인 취약 계층뿐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도 포함돼 있다. 33조원이면 가구당 한 해 얼마씩 돌아가나 계산해보면, 작년에는 116만원, 올해는 131만원, 내년엔 166만원으로 가파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현금 지원 복지 사업 정리 그래픽
현금 복지가 폭증하는 원인은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을 명분으로 소득 수준을 따지지 않고 모두에게 돈을 주는 '보편적 복지'를 늘리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업이 기초연금과 아동수당이다. 두 사업은 각각 65세 이상 고령자와 0~5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지급 조건만 충족하면 같은 액수를 주는 제도다.

기초연금은 2021년부터 3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으나, 내년부터 일부 저소득층(159만명)에 대해 조기 인상하면서 액수가 늘었다. 여기에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급여도 1인 가구 기준으로 월 최대 50만원에서 51만원으로, 주거급여도 월 21만원에서 23만원으로 올렸다(서울의 경우). 이에 따라 내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주는 생계급여 예산이 1조907억원, 주거급여 예산이 7650억원 불었다.

◇브레이크 거는 사람이 없다

전문가들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현금 퍼주기 경쟁에 나선 것 같다"고 했다. 정부·여당이 기초연금의 조기 인상 카드를 꺼내자, 이에 맞서 자유한국당도 최근 "지금까지 소득 상위 10%를 빼고 주던 아동수당을 내년부터 모두에게 다 주자" "지급 대상도 현행 0~5세에서 0~12세로 넓히자"고 주장했다. 여당이 이미 "0~8세까지 지급 폭을 넓히자"는 법안을 제출했는데, 야당이 한술 더 뜬 셈이다. 아동수당을 자유한국당 방안대로 늘리면 내년에 필요한 예산이 6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기초연금의 경우 내년 예산은 14조원이지만,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2년이 되면 22조원으로 껑충 뛴다. 고령 인구 자체가 가파르게 늘고 지급액도 오르기 때문이다. 2027년이면 지급 대상자가 810만명으로 급증해 한 해 29조원이 들어가게 된다.

청년 취업난 등을 해소하기 위한 예산도 합치면 1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미취업 청년들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하는 '청년 구직 활동 지원금(1978억원)'을 신설했다. 중소기업 신규 취업자가 3년간 근무하면 1800만원의 적립금을 주는 제도(5962억원)도 작년보다 예산을 두 배 늘렸다. 여기에 지자체에서도 같은 방식의 '청년수당제' '적립금 통장제' 등을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중복 수혜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걸러낼 뚜렷한 방법은 없다.

전직 청와대 경제수석은 "1~2년 세수(稅收)가 좋다고 대형 복지 사업을 서두르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 국가 부채가 OECD 평균(GDP의 70~80%) 정도만 돼도 대외 신인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현금 퍼주기 복지를 계속하다간 부도 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남미 국가들과 같은 길을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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