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병역 거부' 무죄 내린 판사 "판사는 객관적 양심보다 내면의 소리 따라 재판해야"

조선일보
  • 양은경 기자
    입력 2018.11.09 03:01

    헌법학자 허영 "견강부회식 해석"

    현직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게시판에 "객관적 양심이 아닌 내면의 소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판사는 직업적·객관적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선용 대전지법 부장판사는 8일 법원 내부게시판에 '참을 수 없는 객관적 양심이란 말의 형용모순'이란 글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일부 판사님들의 판결을 '튀는 판결'이란 말로 비난하는 일이 잦았다"며 "어떤 판사님이 개인의 양심과 법관으로서의 양심이 충돌하는 경우 헌법과 법률에 좇아 직업적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미 선언된 법질서에 온전히 따르는 존재라면 AI(인공지능)와 다름없다"고 했다.

    그는 허영 교수의 헌법 교과서를 인용하면서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 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선언된 보편적 법질서나 윤리·도덕과 충돌할 때 나를 포기하고 보편적인 법질서에 따른다면 그것을 양심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며 "법관 또한 자기 내면의 진지한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때로 한 사람의 하급심 판사가 실정법 해석에 관해 판례로 선언된 보편적 규범을 거부하고 자기 내면의 소리를 좇아 한 판결이 큰 울림을 준다"며 "판사들에게, 판사 스스로도 '객관적 양심'이라는 멍에를 지우지 말라"고 했다. '튀는 판결'이란 비판에 흔들리지 말고 내면의 소리에 따라 판단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는 헌법 규정은 판사 멋대로 판결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개인 소신이 아닌 직업적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는 것이 헌법 교과서의 내용이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교수도 김 부장판사의 주장에 대해 "판사의 양심과 일반인의 양심을 혼동한 견강부회(牽强附會)식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허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는 천부인권이기 때문에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가 맞는다"며 "하지만 법관은 헌법에 의해 주어진 직책이기 때문에 그 양심은 당연히 직업 수행상의 양심이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박모씨에 대해 "양심의 결정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무죄 판결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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