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미투' 때 설치한 CCTV 슬그머니 떼는 클럽들

조선일보
  • 김수경 기자
    입력 2018.11.09 03:01

    "맘편히 못 놀겠다" 손님들 항의… 성추행 신고 들어오면 장사 망쳐

    서울 강남역 근처 한 클럽은 최근 가게 내부에 설치했던 방범 카메라 20대를 대부분 철거했다. 올 초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불붙었을 때, 3대뿐이던 것을 20대로 늘렸다고 한다. 여성 손님들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치 6개월이 지난 10월 중순 화장실과 계산대 쪽 카메라만 남기고 모두 없앴다. 직원 최모(35)씨는 "고객 안전을 위해 카메라를 달았지만, 성추행 신고를 받은 경찰이 방범 카메라 영상을 확인하러 오는 일이 잦아 영업을 못할 지경이었다"고 했다.

    최근 서울 강남역과 이태원, 홍대 인근 클럽 가운데 클럽 내부를 촬영하는 방범 카메라를 없애는 곳이 늘고 있다. 클럽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카메라 때문에 마음 편히 놀지 못한다"는 항의도 많다고 한다.

    서울 이태원에서 클럽을 운영하는 김모(38)씨는 "최근 하룻밤에 성추행 신고가 2건 접수된 날이 있었는데, 그날 방범 카메라 영상을 확인하느라 손님을 제대로 못 받았다"고 했다. 피해 여성이 추행당한 시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고, 출동한 경찰이 방범 카메라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클럽 입구에 경찰차가 서 있으니 돌아가는 손님도 많았다고 한다.

    클럽 내부에 방범 카메라를 설치할 때는 법에 따라 '영상 녹화 중'이라는 안내 문구를 붙여야 한다. "감시당하는 기분이다. 불쾌하다"며 손님들이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금·토요일을 기준으로 서울 클럽에서 접수되는 성추행 피해 신고는 하루 평균 10~15건 정도다. '누군가 허리를 손으로 감쌌다' '어깨를 만졌다'는 내용이다.

    방범 카메라 숫자가 줄어들면서 일선 경찰들은 성추행 수사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한 경찰관은 "방범 카메라가 있어도 클럽 내부가 어둡고, 사각지대도 많아 범행 현장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방범 카메라를 떼는 경우가 늘어 피해자나 경찰 모두 난감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업소에 방범 카메라를 달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한 성범죄 담당 경찰관은 "이후 여성 손님들의 요구로 카메라를 달았던 곳도 슬그머니 철거했다. 클럽은 미투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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