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자연의 섭리

조선일보
  • 명학수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자
    입력 2018.11.09 03:01

    명학수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자
    명학수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자
    멧새? 아니 참새였을까? 녀석은 가로수의 밑동이 드러난 흙 위에서 제 몸도 가누지 못한 채 눈만 겨우 껌벅이고 있었다. 알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게 분명했다. 내 머리 위에서는 나뭇가지와 푸른 잎들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했다. 저 위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둥지에서 떨어진 걸까? 나는 걸음도 빠른 편이고 고개를 숙여 길을 살피며 걷는 습관도 없었다. 그런 내게 녀석이 발견된 건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새의 몸을 손끝으로 집어서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작았다. 손에 쥐고 살짝만 힘을 줘도 절명할 것만 같은 존재. 녀석은 떨고 있었고 그 떨림은 내게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만약 내가 돌본다면, 먹이는 뭘 줘야 하지? 새집도 필요할까? 화분에 심겨진 화초조차 제대로 간수하지 못해서 번번이 죽이고 마는 내가 다른 생물도 아닌 새를 키운다고? 나는 놀이터 벤치에 쪼그리고 앉아 고민에 빠졌다. 휴대전화로 검색을 해봐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고, 적절한 검색어가 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런 내 꼴을 옆에서 바라보던 한 노인이 거들었다. 원래 있던 곳에 갖다 두라고, 혹시라도 어미가 찾을지도 모르니 자연의 섭리에 맡기라고. 듣고 보니 그럴 듯했다. 자연의 섭리. 어쩌면 내가 어미와 새끼 사이에 존재하는 섭리를 망쳐놓은 건지도 몰랐다. 나는 녀석을 원래 있던 곳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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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분쯤 지났을까? 집에서 전전긍긍하던 나는 차마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다시 그곳으로 가보았다. 새가 보이지 않았다. 고개 들어 나뭇가지들 사이를 올려보다가 다른 나무들의 밑동도 꼼꼼하게 살폈지만 녀석은 없었다. 나는 걷지도 못하는 어린 새에게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일들을 상상하며 한동안 그곳에 서 있었다.

    나는 지금도 매일 그곳을 지나다닌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곳을 지날 때면 걸음이 느려지고 고개를 숙여 바닥을 살피게 된다. 자연의 섭리란 이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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