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 완벽한 몰입

조선일보
  • 표태준 기자
    입력 2018.11.09 03:01

    코미디인데 관객들은 "올해 최고의 공포영화"

    '완벽한 타인'이 지난달 31일 개봉 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며 7일 관객 220만을 넘어섰다. 올해 개봉한 코미디 영화 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다. 이 추세라면 올해 코미디 중 가장 많은 관객이 본 '그것만이 내 세상'(약 342만)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코미디 영화이지만, 관객들은 '올해 최고의 공포 영화'라 부른다. 부부 동반 동창 모임에서 서로 스마트폰 전화, 문자를 공개하는 게임을 하며 생기는 갈등을 그렸다. 각자의 삶에서 충실한 시종 노릇을 하던 스마트폰이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은밀한 성적 취향부터 불륜, 부동산 사기 사실까지 죄다 폭로하는 괴물이 된다.

    직장인 강은정(27)씨는 "영화를 보며 깔깔 웃으면서도 한편으론 간담이 서늘했다"며 "남자 친구와 극장을 나와 밥을 먹는데 가방에서 스마트폰 꺼내기가 무서웠다"고 했다. 영화 시장 분석가 김형호씨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스케줄과 사생활을 관리하는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소재가 관객을 확 끌어당겼다"며 "정치·범죄·전쟁 등 무거운 주제로 점철된 한국 영화에 질린 관객이 많아지며, 지난해부터 이런 코미디 장르가 깜짝 흥행을 이어가기 시작했다"고 했다.

    유명 배우가 대거 출연하지만, 영화는 배우에게 의존하기보단 각본과 소재의 힘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위 왼쪽에서부터 배우 송하윤, 이서진, 유해진, 염정아, 김지수, 조진웅, 윤경호.
    유명 배우가 대거 출연하지만, 영화는 배우에게 의존하기보단 각본과 소재의 힘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위 왼쪽에서부터 배우 송하윤, 이서진, 유해진, 염정아, 김지수, 조진웅, 윤경호. /롯데엔터테인먼트
    모두의 공감을 산 소재 덕에 영화관이 소극장처럼 들뜬 분위기였다는 후기도 쏟아진다. 서울 구로에 사는 주부 임희산(44)씨는 "영화관에서 관객이 다 같이 폭소하며 '저럴 수가!' '어머, 저런 나쁜 놈' 같은 추임새를 넣더라"며 "80년대 영화관처럼 산만하지만 흥이 있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완벽한 타인'은 2016년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Perfect Strangers)'의 리메이크작이다. 이재규 감독은 "소재가 가진 힘이 강해 원작 판권보다 리메이크 판권 가격이 5배나 비쌌다"며 "한국 상황과 너무 잘 맞아떨어져 제작자를 끝까지 설득했다"고 했다.

    웃음을 억지로 강요하는 연출이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유해진·조진웅·염정아·김지수·이서진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지만, 영화는 이들에게 의지하지 않는다. 배우의 말장난이나 몸 개그 대신 영화 속 인물들이 겪는 난처한 상황을 콕콕 찌르며 웃음을 터뜨린다.

    유해진은 "과장된 대사나 동작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건 질색"이라며 "각본을 읽고, 오버할 필요 없이 얘기만 쫓아가도 관객을 웃기는 영화가 되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영화는 서로를 지나치게 구속해 선을 넘으면 관계가 파국을 맞는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며 "결혼보다 동거를 선호하고, 혼인 관계는 유지하지만 서로 간섭하지 않는 '졸혼'이 풍속이 되는 등 변화하는 한국 문화를 절묘하게 꼬집은 것이 흥행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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