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1] 漢字가 낳은 중국式 과장

조선일보
  •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11.09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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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인을 형용하는 수준이 대단하다. 한 번 돌아보면 성이 무너지고, 두 번 돌아보면 나라가 무너진다. "일고경인성(一顧傾人城), 재고경인국(再顧傾人國)"이다. 한(漢) 무제(武帝)가 총애했던 이부인(李夫人)의 미모를 표현한 말이다. 성어 경국지색(傾國之色)의 유래다.

    웅장하며 멋진 여산(廬山)의 폭포를 바라보던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은 '마구 흘러 곧장 아래로 삼천 척 내려오니, 마치 은하가 우주에서 쏟아지는 듯(飛流直下三千尺, 疑是銀河落九天)'이라고 적었다.

    이백은 그런 표현 기법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머리에 자라난 흰머리를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이라고 했다. 지금 단위로 환산하면 길이 3㎞다. "아침에 검었던 머리카락이 저녁에 이르니 흰 눈으로 변했다(朝如靑絲暮成雪)"고도 읊었다.

    하루 못 본 님을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은 3년을 지내는 듯 길었던 모양이다. '일일불견여삼추(一日不見如三秋)'라는 표현이 일찍이 등장한다. 시름이 얼마나 큰지 아느냐고 자문한 남당(南唐) 황제 이욱(李煜)은 "마치 동쪽으로 흐르는 온 강의 봄물(恰似一江春水向東流)"이라고 자답한다.

    중국 문학의 백미인 옛 시가(詩歌)에 등장하는 전통적인 과장 기법이다. 표의(表意)문자 체계인 한자 특유의 부풀리는 성향, 즉 선염(渲染)의 특성 때문에 그렇다. 그 한자 체계를 언어의 근간으로 삼는 현대 중국도 예외일 수 없다.

    최근 중국에서는 세 종류의 문체가 유행했다고 한다. 궤구체(跪求體), 곡운체(哭暈體), 혁뇨체(嚇尿體)다. 혼 좀 내줬더니 "무릎 꿇고[跪] 빌더라[求]" "울면서[哭] 졸도했다[暈]" "놀라서[嚇] 오줌 지렸다[尿]" 등이다.

    급상승한 국력을 자랑스러워하는 중국인들이 즐겨 쓰는 문체라는 설명이다. 주로 대외 관계에서 상대를 누르는 힘을 과시할 때 썼다고 한다. 다행히 관영 인민일보 등에서 최근 "쓸데없는 과시[浮誇]의 표현은 자제하자"는 경고음을 냈다. 과장에 묶이는 자의식의 흐름마저 누를 수 있어야 중국은 세계의 진정한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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