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덜 내고 더 받는 연금案' 내놓으라니 마술 부리라는 건가

조선일보
입력 2018.11.09 03:18

청와대가 국민연금 개편 실무자들인 보건복지부 국장·과장 등의 휴대폰을 제출받아 통화 내역과 문자 등을 조사했다고 한다. 복지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편안을 보고하기 하루 전인 6일 '보험료율 인상' 등 일부 내용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민정수석실이 정보 유출자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형식상으로는 당사자들 동의를 받았다고 한다. 사실상 강제 압수다. 수사기관도 휴대폰 압수는 굉장히 신중해야 하는 문제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이 머릿속은 압수, 수색, 조사, 겁주기로 가득 차 있다. 공무원 인권 따위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청와대가 북한 말고 이렇게 큰 관심을 보인 정책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주 지지층인 젊은 층이 반발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미래는 누구나 알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보험료 내는 사람은 줄고 연금 받는 사람은 는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나. 복지부 개편안은 국민연금 안정화를 위해선 보험료율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어났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개편안을 퇴짜 놓고, 청와대 대변인은 '보험료율 인상'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결국 문 대통령은 보험료율 올린다고 발표해 사람들을 화나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연금은 지금보다 더 받게 해주겠다고 했다. 보험료는 덜 내고 연금은 더 받게 해주겠다는 것은 속임수거나 마술, 둘 중의 하나다.

이 정부는 대중의 인기를 얻고 유지하는 일에 너무나 지나치게 집착한다.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뻔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생각은 않고 당장 눈앞의 비난만 모면하려고 한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라면 앞으로 국민연금도 세금으로 퍼주겠다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연금이 아니다. 국가 재정에 눈덩이와 같은 타격을 가하게 될 것이다. 모든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 포퓰리즘이 포퓰리즘을 낳는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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