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의 '몰카제국'에 '정치권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입력 2018.11.08 19:30

양진호 회장의 ‘몰카 수직계열화’ 소유
‘생산→유통→감시·삭제→로비’ 전 과정 관여
사건 본질은 ‘웹하드 카르텔’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사건의 본질이 ‘갑질·폭력’이 아닌 ‘몰카 범죄의 수직계열화’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직계열화는 한 제품·서비스의 대한 생산부터 판매까지 필요한 회사들을 계열사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양 회장이 몰카와 관련해 ‘생산→유통→감시·삭제→로비’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구조에서 자회사를 두는 등 수직계열화로 불법적인 수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웹하드 업체가 헤비 업로더를 관리하면서 불법 동영상을 유포를 지시·묵인했고, 이를 저지해야 할 필터링 업체가 눈감아주고, 디지털 장의업체가 몰카 피해자들에게 돈을 받고 영상을 삭제해주는 식이다. 이러한 구조를 ‘웹하드 카르텔’이라고도 부른다.

지난 7일 오후 '엽기행각’과 ‘직원폭행’ 등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경기도 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압송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선DB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상단체연합 등 여성 단체들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웹하드 카르텔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의 본질은 개인 폭력이 아닌 웹하드 카르텔"이라며 "양 회장 개인의 문제로 축소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①생산-대포폰으로 헤비 업로드 관리
경찰은 양 회장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 소유자라는 사실을 확인, 웹하드 업체와 불법 영상물을 많이 올리는 이른바 '헤비 업로더들' 사이의 유착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양 회장은 웹하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불법 영상을 대량으로 올리는 헤비 업로더를 조직적으로 관리했다. 파일노리 전 대표 A씨는 양 회장 관련 의혹을 보도한 셜록과의 인터뷰에서 "헤비 업로드와의 연락은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대포폰을 썼고, 서로 가명으로 얘기했다"며 "조직망을 필리핀에 두고 직원들에게도 성범죄 동영상과 음란물을 비롯한 불법 동영상을 올리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양 회장은 저작권이 없는 영상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웹하드 기업은 수수료를 떼먹는 ‘유통 플랫폼’이다. 나머지 수익은 저작권자에게 돌아간다. 저작권자가 없어야 수익이 커진다. 몰카 같은 불법 영상들은 업로더가 판매금의 10% 미만을 가져가고, 업체가 80% 가량을 챙길 수 있어 수익성이 높다. A씨는 "회사가 몰카를 많이 올리는 헤비 업로더들에게는 특별히 더 높은 수익금을 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양 회장은 과거에도 불법 저작물 유포 행위로 검찰에 구속기소된 바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양씨 등의 지시를 받은 누리진 직원들은 중국 등 47개국 해외 IP로 위장, 400여 아이디로 최신 영화, 인기 드라마, 음란 동영상 등 불법 저작물 5만여 건을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 동시 전송했다.

②유통-몰카 시장 만들어 수백억 매출
양 회장은 회사를 ‘투트랙’(두가지 전략을 동시에 사용)으로 운영했다. 2004년에는 위디스크를, 2007년에는 파일누리를 창업했다. 웹하드 업계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모(38)씨는 "양 회장이 법 망을 피하면서, 비상 시 나머지 하나라도 운영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며 "비용면에서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양 회장) 굉장히 똑똑한 실험을 한 것 같다"고 했다.

그 결과 양 회장은 매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위디스크를 운영하는 이지원인터넷서비스의 지난해 매출은 210억원, 영업이익은 53억원이다. 영업이익률로는 25% 수준. 전년도인 2016년엔 매출 211억원과 영업이익 49억원을 벌어들였다.

직원 수 14명의 선한아이디(파일노리)는 지난 2016년과 2017년 각각 161억원, 1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98억원, 2016년 88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무려 61%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의 작년 영업이익률이 25.2%다.

③감시·삭제-필터링·디지털장의업체도 양 회장 손에
문제는 감시와 삭제다. 위디스크에서 유통되는 몰카 영상을 본 피해자가 이를 삭제해주는 디지털 장의사를 찾아 수백만원의 돈을 내고 삭제 요청을 하면, 결국 모두 양 회장이 돈을 버는 구조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방심위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방심위가 웹하드 업체에 삭제를 요구한 20건의 영상물이 217건으로 복제돼 25개 웹하드 사이트에서 유통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5곳은 경찰이 최근 압수수색을 한 곳이다.

시민단체는 양 회장의 몰카 수직계열화의 핵심으로 웹하드 업체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필터링하는 업체 ‘뮤레카’를 지목했다. 웹하드업체는 불법 영상을 거르기 위해 필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뮤레카는 위디스크 뿐 아니라 상당수의 웹하드 업체들이 이용하고 있다.

권미혁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뮤레카가 자회사로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나를 찾아줘’라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가 있는데, 양 회장이 운영했던 위디스크에서 필터링 업체인 뮤레카의 지분을 갖고 있다"며 "위디스크, 뮤레카, 나를 찾아줘 업체의 주소지는 모두 동일한 곳, 카르텔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했다.

④로비-몰카 수직계열화 핵심에는 진보인사 연루?
일각에서는 양 회장이 감시망과 불법성을 감추기 위해 경찰·사법·정치 권력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사성은 뮤레카에서 법무이사를 지낸 김경욱 전 이랜드 노동조합위원장을 웹하드 카르텔의 일원으로 지목했다. 이랜드를 퇴사한 김경욱씨는 2009년 한국네트워크기술원에 입사한 뒤 뮤레카 법무이사로 승진했다. 현재는 양진호 회장의 소쥬 기업 중 하나인 한국미래기술원의 모회사, 한국인터넷기술원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한국인터넷기술원은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또 자신을 웹하드업체에서 7년간 일한 개발자라고 소개한 B씨는 한 라디오방송에서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DCNA)의 문제를 제기했다. DCNA는 웹하드 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다. B씨는 "음란물 수사가 있기 전에 업체 대표들에게 ‘각별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공문을 보내고, 업체는 미리 대비한다"고 폭로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은 지난 7일 양 회장을 체포해, 압송 4시간30분 가량 조사를 진행했다. 양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폭행(상해) △강요 △동물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이며 이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추가됐다. 경찰은 양 씨의 추가 범행이 있는지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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