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협박해 강연 막은 '체포 결사대'

조선일보
  • 윤형준 기자
    입력 2018.11.08 03:00 | 수정 2018.11.08 09:44

    反美 대학생 단체 "태씨, 헛소리로 통일 방해"
    이메일·전화로 집요한 압박

    태영호 전 주영(駐英) 북한공사
    태영호〈사진〉 전 주영(駐英) 북한공사가 한 기독교 행사에서 강연하려다 반미(反美) 대학생 단체 때문에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태영호 체포'를 주장하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지난 6일 태 전 공사에게 보낸 이메일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 단체는 "태영호씨는 계속 헛소리를 하고 있다"며 "통일에 방해되는 행동을 당장 멈추라"고 했다. 태 전 공사 측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영상도 올렸다.

    당초 태 전 공사는 지난 6일 오후 7시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가기도제단' 행사에서 통일에 대한 북한의 관점 등을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었다. 유엔에서 북한 인권 상황을 증언하기도 했던 탈북민 지현아씨가 함께 연단에 오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행사장에 태 전 공사는 나타나지 않고 지씨만 참석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태 전 공사에게 이메일을 보낸 건 이 행사 이전이다.

    행사 주최 측은 "태 전 공사 측으로부터 '태영호를 체포하겠다'는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어 참석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태 전 공사는 끝까지 참석을 검토했지만 경호팀에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안다"며 "행사 참석 사실이 유출되며 많은 압박을 받았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이 때문인지 태 전 공사는 7일 데일리NK에 리선권 북한 조평통위원장의 '냉면 목구멍' 발언과 관련해 '리선권도 주의할 것이니 이 정도 수준에서 정리하자'는 취지의 칼럼을 싣기도 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의 일부 회원은 지난 8월 '태영호·박상학(북한 인권 활동가) 체포 결사대 감옥행'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태 전 공사를 비판하는 선전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박상학, 태영호 겁에 질리게 만들기'를 활동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태 전 공사가 7일 자신들 때문에 강연에 불참했다는 기사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그렇답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이 단체를 언급하며 "이들을 제어할 현행법이 없어 아무런 대책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 테러 대상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 국내에서 추가적인 테러 위협이나 신변 불안정이 조성됐을 때 형사 범죄를 취급하는 특별조항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단체가 특정인을 겨냥해 공개적으로 체포·불안감 조성을 언급하고 있는데도 경찰이 이를 방치하는 건 직무 유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개인의 자유가 허용된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대원칙"이라며 "정부가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민주주의의 가치와 국격을 무너뜨리는 행위를 엄단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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