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서 민노총 10만명 늘어… 전체 노조원 200만 돌파

입력 2018.11.08 03:00

[오늘의 세상]
노동계 집회일수 1년새 70% 증가, 9월까지 97만5000명 거리로

올해 들어 노동계가 벌이는 집회·시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친(親)노동정책을 펴고 있지만 노동계의 투쟁 강도는 갈수록 심해진 것이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우 의원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까지 경찰청에 신고된 노동 관련 집회 일수(집회 신고 단체 수×단체당 집회 일수)는 2만2755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1만3635일)보다 1.7배,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1~9월(1만4026일)보다 1.6배 많다. 집회 인원도 늘었다. 올 1~9월 노동 집회 참석자 수는 97만5000명이었다. 매일 3000명이 거리서 집회를 가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같은 기간 참석 인원(72만7000여 명)보다 25만여 명 많다.

지난달 24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11월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달 24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11월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민노총은 이달 21일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민노총 조합원들은‘적폐’로 지목된 권혁태 대구청장 사퇴를 요구하며 청사를 점거하기도 했다. /뉴시스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현 정부 이후 10만명 정도 늘었다. 2016년 말 약 73만명이던 민노총 조합원 수는 지난달 말 기준 약 84만명에 육박했다는 것이다. 1년 10개월 만에 13% 이상 늘어났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과 민노총을 포함한 전체 노조 조합원 수는 최초로 2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계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IT·회계법인에도 노조 설립 이어져

현 정부 출범 후 최저임금은 29%나 올랐고, 공공 부문 비정규직은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 장관급 요직은 노동계 인사들이 꿰찼다. 이렇게 노조의 위세가 커지자 그동안 '노조 무풍지대'였던 사업장에 속속 노조가 설립되고 있다.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한 삼성에도 삼성전자 등 올해 두 곳에 노조가 생겼다. 사실상 무(無)노조 경영을 하던 포스코에선 한국노총과 민노총이 더 많은 조합원을 모으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안랩,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IT 기업에도 최근 잇따라 노조가 생겼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에도 민노총 소속 노조 설립 움직임이 있고, 조계종의 사무와 시설 관리 업무를 하는 종무원 40여 명도 최근 노조를 결성해 민노총에 가입했다. 최근에는 서울시 주요 시설물과 청사 경비를 담당하는 '서울시 청원경찰'에도 노조가 출범했다.

올해 새로 들어선 주요 노조
기세가 오른 민노총은 이제 공공기관 청사까지 점거한다. 지난달 30일 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경북지부 간부 5명은 김천시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진행 중인 인천공항공사·한국도로공사 등 대형 공기업 노조도 "자회사가 아니라 회사가 직접 고용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재빠르게 반응하지만 청년들 고민엔 눈감는다. 민노총의 주력인 현대차 노조는 청년 실업난 해소를 위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며 총파업까지 경고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청년 실업이 심각한 광주광역시가 기존 자동차 생산직 연봉의 반값 수준인 공장을 지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자 시민단체까지 나서 현대차 노조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빚 갚으라" 노조의 끝없는 요구

노동계 세력이 이처럼 급속히 불어나는 데는 친(親)노동 정부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노동계와 노조 보호 아래 권리를 챙기겠다는 근로자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양대 노총은 현 정부 출범에 자신들의 공이 있었다며 "빚 갚으라"며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교 세종대 법학전공 교수는 "노동계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식으로 '친노조'인 현 정부 내에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겠다는 전략으로 정부를 몰아붙이고 있다"고 했다.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았던 근로자들도 노동계의 요구를 정부가 하나둘씩 들어주는 것을 보면서, 노조 가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노동계의 밀월은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민노총은 지난 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며 오는 21일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민노총은 "해고자의 조합원 인정과 공무원 노조 설립 등을 규정한 ILO(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 비준 등 공약 이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총파업"이라고 했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與野) 5당 원내대표들이 '탄력근로제'를 확대 적용하기로 하자 양대 노총은 대정부 투쟁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친노동적인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노동계와 갈등이 커지는 것은 민노총이 책임 의식보다는 당장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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